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세계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연초 발생한 금융 부문의 혼란도 안정을 찾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여전히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제 활동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징후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IMF는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수정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각각 3.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WEO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 성장률은 0.2%포인트 상향했고, 내년 성장률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IMF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는 "세계 경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점차 회복되고 있다"면서 "올해 1분기 세계 경제활동이 탄력적으로 나타나 2023년 성장률이 소폭 상향될 전망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땐 여전히 약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전망이 기존보다 소폭 상향된 것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고, 연초 미국과 스위스 은행 등 금융 부문의 혼란이 당국의 강력한 조치 등으로 진정된 데 따른 것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종료되면서 공급망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1분기 경제활동은 강력한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회복력을 보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예상보다 완화했다.
권역별로 IMF는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기존 전망 대비 0.2%포인트 상향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0.1% 오른 4.0%로 각각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선진국 1.4%, 신흥국 및 개도국 4.1%를 제시했다. 고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장 둔화는 선진국에 집중돼있다. 지난해 2.7%에서 올해 1.5%, 내년 1.4%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1.8%, 내년에는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4월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는 0.2%포인트 상향되고 내년은 0.1%포인트 하향된 수준이다. 중국은 올해 5.2%, 내년 4.5%로 직전 전망치와 동일했다. 유로존은 올해 0.9%, 내년 1.5%로 직전 전망보다 각각 0.1%포인트 상향됐다. 독일(-0.3%)은 유럽 주요국 중 유일하게 올해 전망치가 하향됐다. 이는 1분기 제조업 약세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프랑스는 0.8%, 이탈리아는 1.1%의 성장률을 올해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5%로 기존보다 0.8%포인트 상향됐다. 한국은 종전 1.5%에서 1.4%로 또 한 번 올해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과 동일한 2.4%였다.
IMF는 일부 리스크가 완화됐으나 여전히 세계 경제성장의 균형추가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고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인 개선 징후를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직도 많은 도전이 눈앞에 있다. 축하하기엔 이르다"고 짚었다.
먼저 글로벌 경제활동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징후가 커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책금리가 긴축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경제 전반 활동에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미국 내 초과 저축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중국 역시 부동산 부문의 우려 속에서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세계 경제에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도 여전한 우려점으로 손꼽혔다. IMF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올해 6.8%, 내년 5.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의 경우 기존 4월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으나, 내년은 오히려 0.3%포인트 상향됐다. 이는 그만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를 훨씬 웃돈다.
IMF는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망됐다"면서 "물가 관리 목표가 있는 국가의 96%에서 인플레이션이 올해 목표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고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인플레이션 지속의 핵심은 노동시장, 임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거나 극단적인 기후 문제 등 관련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상방압력이 불가피하다. 이는 추가 긴축 필요성을 높여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IMF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중국이 저조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 신흥국과 개도국 간 부채 문제, 지리 경제적 파편화가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도 향후 경제 리스크로 거론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긴축 메시지를 이어가는 한편, 이에 따른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각국이 재정정책 강화 등으로 재정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글로벌 공동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정책, 국제무역, 부채조정 관련 글로벌 협력을 강화할 것도 요청했다.
고린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2021년 시작된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명확한 냉각 신호를 보일 때까지 금리를 섣불리 완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5~26일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주에는 유럽중앙은행(EC B)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결정회의도 예정돼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