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연구팀, 후유증 앓은 6450명 유전자 분석 결과
40대 초반 A씨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를 앓은 후 한동안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해 고생했다. 또 다른 40대 B씨도 코로나19 완치 후 집중력ㆍ기억력 장애에 시달렸다. 과학자들이 이같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최대 200여종에 달하는 장기 후유증,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 현상의 유전적 요소를 찾아내 관심을 끌고 있다.
핀란드 분자의학연구소(FIMM) 연구팀은 지난 1일 의학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16개국에 걸쳐 코로나19 완치 후 장기간 집중력ㆍ기억력 장애, 신경통, 심한 피로감 등 후유증에 시달린 6450명을 상대로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이 결과 이들은 폐와 일부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유전자 FOXP4의 DNA 구조에 공통적으로 특정 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발병 확률은 정상인에 비해 1.6배나 더 높았다.
이 유전자는 앞선 연구에서 코로나19 중증화 위험률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 폐암과의 연관성도 깊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물론 중증 코로나19를 앓을 경우 후유증 발병 확률도 그만큼 높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유전자의 DNA변이가 장기간 후유증 발병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커서 중증 코로나19와의 연관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장기 후유증 발병에 미치는 영향력은 중증 코로나19보다 훨씬 강력하다"면서 "장기간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치료ㆍ예방을 위한 중요한 실마리 중 하나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다양할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후유증 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영국 에든버러대의 크리스 폰팅 의생물학 교수는 "(코로나19 장기간 후유증에는) 단 하나의 답만 있을 수는 없으며 취약성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겠지만 그것들을 분리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롱 코비드의 보건ㆍ사회경제적 비용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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