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역대 최대 매수에 삼성전자 주가 올해 31% 올라
4분기 영업이익 전망 -1조2000억~1조4000억원으로 엇갈려
내년 이후 흑자로 돌아갈 것이란 큰 추세에는 이견 없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에 몰린 외국인 투자금이 12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시장의 희망 섞인 예상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9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외국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액의 82% 차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 외국인 순매수(거래대금) 규모는 총 12조790억원(1월2일~6월30일 기간 합산)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940개)을 대상으로 집계한 외국인 순매수액(14조7430억원)의 약 82%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 한 해 총 8조7150억원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는 불과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도량의 약 1.4배를 다시 사들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연초 49.7%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말 기준 52.8%로 약 3.1%포인트 늘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올 상반기에만 약 31% 올랐다. 이는 코스피 상승률(약 15%)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31조1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0조8890억원 늘었다.
시장에서는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강하다. 삼성전자에 이어 D램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최근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마이크론은 2023회계연도 3분기(3~5월)에 총 37억5000만달러(약 4조9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D램의 공급과잉 해소인데,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과도한 재고 해결을 위해 감산에 나서면서 수급이 급격히 안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실적 선방은 반도체 업황 반등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8개 리서치센터 삼성전자 목표가 평균 9만원
지난 1분기에만 무려 4조6000억원의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실적도 하반기에는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흑자전환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4분기를 지목하는 곳도 있고, 내년 1분기 이후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등 증권사별로 다소 엇갈린다.
지난 한달여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8곳에서 내놓은 전망치를 살펴보면, BNK투자증권이 오는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조4000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투자 열기로 고용량 D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메모리 시황은 바닥을 지났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흑자전환 시기를 4분기로 예상하면서,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D램 출하량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10%)를 뛰어넘는 20%에 이르면서 재고 감소, 원가구조 개선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D램 출하 증가는 재고 평가손실 축소로 이어져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추가 이익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을 가장 보수적으로 전망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4분기에도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연말까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반도체 감산 효과는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메모리 생산 업체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을 최소화하고자 할 것이나, 세트 업체들의 수요에 대한 전망과 원가절감 정책 등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4분기에도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권사별로 전망이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3분기부터 적자폭을 크게 줄여 내년 이후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갈 것이란 큰 추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그 근거로는 D램 수급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부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 공급할 예정인 AI 서버용 반도체 'HBM3'가 꼽힌다.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에서 HBM3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18%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3 가격은 기존 메모리반도체보다 5배 이상 높다. 또 AI서버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 목표가도 속속 올라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관련 증권가 리포트에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메리츠증권으로, 9만7000원이다. KB증권은 9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은 9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8만원으로 내다봤다. 이들 포함 8개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9만원이다.
'10만전자' 달성까진 갈 길 멀어
그럼에도 증시 호황기였던 2020년 하반기 이른바 '10만전자'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식을 8만~9만원대에 매수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연초부터 꾸준히 오르던 주가도 지난달 들어서는 횡보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금이 여전히 조 단위로 유입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 4월(3조1360억원) 정점을 찍은 후 5월(2조5670억원), 6월(1조6730억) 등 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고 AI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이런 부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가의 추가 상승은 하반기 실적 개선 규모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악화기 및 책임 경영 필요성은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복귀로 연결될 전망"이라며 "사법 리스크에도 실적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를 증대할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3년으로 종료되는 주주환원 정책의 후퇴 없는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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