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수준의 자산규모와 직원 수를 갖출 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 진입을 꿈꾸도록 만들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1개의 한국 법률에 342개에 해당하는 기업 규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마주하는 규제 장벽은 더 높아진다. 57개 규제를 적용받던 중소기업이 성장해 자산총액 5000억원을 넘어서면 126개의 규제가 추가로 적용돼 중소기업일때 보다 적용받는 규제 수가 3.2배로 급증한다. 기업이 더 성장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5개 규제가 더해지고,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또 68개의 규제가 추가된다.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을 꺼리는 중요한 요인이자 대기업의 추가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대기업이 규제를 더 많이 적용받는 만큼 '중소기업 졸업 유예제도'를 대기업으로까지 확대해 숨통을 트여주는 게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기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를 때까지 기존에 받던 혜택을 일정기간 유예함으로써 대기업 경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은 졸업 후 일정 기간 동안 중소기업 때 받았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대기업은 그런 게 없다"며 "대기업이 되면 당장 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법인세 등 세금 부담도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과제로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38.7%)가 가장 많이 꼽혔다.
대규모 관급공사 사업자를 심사할 때 대기업끼리 경쟁이 붙을 경우 갓 대기업 대열에 진입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성장의 동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인센티브다. 현재 공공조달시장에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로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갓 진입한 기업들은 인센티브는 커녕 공공조달시장 참여 제한 범위만 넓어지게 된다.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기업 규제 완화도 동반돼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경제성과는 22위에서 14위로 껑쭝 뛴 반면 정부효율성은 36위에서 38위로 뒷걸음질쳤다. 정부효율성을 구성하는 세부항목 가운데 기업여건은 48위에서 53위로 밀렸다. OECD 국가 및 신흥국 총 64개국을 대상으로 평가가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53위는 처참한 결과다. 경쟁법의 효율성, 노동관련 규제의 사업 저해 정도, 외국인투자자 인센티브 매력도, 보조금 경쟁저해정도 등의 평가항목을 담고 있는 기업여건 경쟁력 순위는 2020년 46위에서 2021년 49위, 2022년 48위, 2023년 53위로 해가 갈수록 뒤쳐지고 있다.
유 팀장은 "기업의 건전한 성장과 양질의 투자·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차별 규제의 정비가 시급하다"며 "감사·감사위원 선임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총수일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자회사와의 거래를 규제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이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비가 시급한 대표적인 규제들"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최근 기업들의 과도한 투자 규제를 저해하는 '2023 규제개선과제'를 추려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대기업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들이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포함해 총 31건의 규제개선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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