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바보가 살았다.
오랫동안 그는 편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그가 생각 없는 멍청이라는 소문이 조금씩 퍼져 그의 귀에도 들려왔다.
마음이 혼란해진 바보는 이 불쾌한 소문을 어떻게 없앨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뜻밖의 생각이 그의 어두운 두뇌 속에서 번뜩였다…… 그는 지체 없이 그 생각을 실행하기로 했다.
길에서 마주친 지인이 어떤 유명한 화가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바보가 호통을 쳤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 화가는 이미 오래전 퇴물이 되었소. 모르셨소? 이런 이야기를 하실 줄이야…… 정말 시대에 뒤떨어졌군요." 지인은 깜짝 놀라 이내 바보의 말에 동의했다.
두 번째 만난 다른 지인이 바보에게 말했다. "오늘 나는 참으로 훌륭한 책을 읽었답니다!"
바보가 윽박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요! 부끄럽지 않소? 그런 책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어요. 모두 오래전에 그 책을 내다 버렸어요. 여태 모르셨소? 정말 시대에 뒤떨어지셨군."
이 지인도 깜짝 놀라 바보의 말에 동의했다.
세 번째 친구가 바보에게 말했다. "제 친구 N. N.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오! 정말 품위 있는 사람이오!"
바보가 호통쳤다. "그게 무슨 소리요! N. N.은 유명한 사기꾼이요! 친척의 재산을 다 빼앗았죠.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정말 시대에 뒤떨어졌군요!"
세 번째 지인 역시 깜짝 놀라 바보의 말을 듣고 그 친구와 절교했다. 누구든 무엇이든 옆에서 칭찬을 하면, 바보는 모두 비난 하나로 응수했다.
가끔 비난조로 덧붙였다.
"아직도 권위를 믿나요?"
지인들은 바보에 대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다혈질이고 신경질적인 친구야! 그런데 머리는 참 좋구먼!"
다른 사람들까지 거들었다. "말을 잘하고! 참 재능 있는 사람이오!"
마침내 한 신문사 발행인이 바보에게 신문의 논설부를 맡아 달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바보는 자기만의 방식과 호통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모든 것과 모든 이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일찍이 권위에 반항하여 소리치던 바보가 지금은 스스로 권위가 되어 버렸다. 청년들은 그를 숭배하면서도 두려워한다.
하긴 불쌍한 청년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실 그를 존경할 필요가 없을지라도, 만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뒤처진 사람이 될 테니까!
겁쟁이들 사이에서 바보들은 살아갈 수 있으리라.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조주관 옮김, 민음사, 1만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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