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당겨쓴 예산 3345건
전년 2499건에서 1000여건 늘어
악화한 세입여건, 당겨쓰기 가능할까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기조로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이 계획된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사전에 투입해 나빠진 경기를 최대한 부양하겠다는 전략인데, 세수부족 현상으로 애초 목표치를 채우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아시아경제가 중앙 정부 부처와 광역·기초 지자체, 공공기관, 교육청의 예산결제 내역을 들여다보니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초까지 ‘당겨배정’된 예산이 총 334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99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00건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발발로 대규모 확장재정을 펼쳤던 2020년(3523건)을 제외하면 최근 5년 새 가장 많다.
당겨배정이란 애초 계획된 일정과 상관없이 예산을 앞당겨 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통 사업의 실제 집행과정에서 계획이 바뀌었거나 여건이 달라져 지출시점을 조정할 때 이뤄진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친환경 관련 사업 예산을 대폭 끌어왔다. 신재생에너지 해외진출지원 사업, 탄소중립 도시숲조성 사업, 새만금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단 구축, 자원순환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에너지정책홍보사업을, 보건복지부의 경우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업의 예산을 당겨썼다.
악화한 세입여건…예산 당겨쓰기 가능할까
당겨배정이 대폭 증가한 건 정부의 경기침체 대응전략의 영향이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국면을 띌 것으로 예측하고 전체 예산 상당수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혀왔다. 중앙재정은 158조원(65%)을, 지방재정은 171조원(60.5%)을 상반기에 쓰는 게 목표다. 지방교육재정과 공공기관, 민자사업 등을 합한 총 목표치는 약 383조원에 달한다. 연초 밝혔던 목표치 340조원에서 40조원가량 더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규모가 큰 만큼 신속집행을 위해 절차개선에도 나섰다. 총액계상사업이나 수시배정사업 등은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즉시 착수하고, 집행관리를 잘한 우수 지자체나 중앙부처에게는 재정지원 인센티브·포상도 주기로 계획했다. 산하 공공기관에도 예산과 사업집행의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입 여건이다. 기재부의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누계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111조1000억원보다 24조원 모자라다. 감소 폭은 3월 기준 역대 최대다. 이에 기재부도 세제실에 세수확보 대책을 주문하며 예산실에 ‘후순위 사업의 세출절감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남은 기간 집중적인 예산사용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관련 등의 지출은 저희가 차질 없이 할 것”이라면서도 “연내에 재정집행을 하면서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 확인되면 집행 효율화 차원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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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장 예산절감을 위한 절차를 밟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절감 방안을) 차츰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집행을 좀 더 해봐야 판단할 수 있고 지금은 좀 이르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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