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쿠토-R M1호, 달 착륙 시도
전세계 민간 부문 첫 번째
향후 10년간 민간 달 진출 시도 본격화
NASA, CLPS 프로그램 통해 민간 진출 돕기로
"과학 탐사에 긍적적, 환경 오염 초래할 수도"
달에 민간 우주 개발 회사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아직 달 개척과 관련한 뚜렷한 국제 규범도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개발이나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 사회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민간우주개발 회사인 아이스페이스(ispace)사는 25일 오후12시40분(미국 동부 시간 기준ㆍ한국 시간 26일 오전1시40분) 자체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 M1호를 달 표면 북서쪽 윗부분 '얼음의 바다(Sea of Cold)' 지역 남동부 외곽에 위치한 아틀라스 크레이터(Atlas Carter)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위치나 날짜는 바뀔 수 있다. 다음달 1일이나 3일로 연기될 수 있다.
우리 말로 토끼라는 뜻의 '하쿠토-R ' M1 호는 2022년 12월 11일 미국 민간 우주 회사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지구를 떠나 지난달 21일 달 궤도에 도착해 현재 달 표면 위 100km 궤도를 돌고 있는 상태다. '하쿠토-R' M1 호에는 아랍에미리트 우주청이 제작한 소형 탐사선 '래시드 로버(Rashid rover)'가 탑재돼 있다. 이 로버는 캐나다 업체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시스템ㆍ다중 카메라 이미징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일본이 이번 미션에 성공하면 미국, 옛 소련, 중국에 이어 4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하는 국가가 된다. ispace는 달 탐사와 관련해 지난 12일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등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르면 2024~2025년에 각각 2~3번째 달 착륙 탐사도 연이어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미션은 '민간 회사'의 첫 달 진출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민간 우주 스타트업인 ispace가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의뢰를 받고 진행하는 '순수 민간 사업'이다.
이같은 '민간 부문'의 첫 달 진출에 대해 국제 과학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겹치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지난 18일자 기사에서 "(ispace의 민간 첫 달 착륙 탐사는) 달 탐사의 새로운 영역이 시작됐다"면서 "올해부터 지구의 가장 가까운 이웃에 대한 상업적 임무들이 다양한 회사ㆍ국가들에 의해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 하반기 내에 민간 연구자ㆍ회사들이 원하는 탐사선ㆍ관측기구 등을 돈을 받고 달에 보내주는 새로운 프로그램인 '상업용 달 화물 서비스(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CLPS)'를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10년 내 10여회 이상의 CLPS를 실시해 달의 다양한 지역에 과학 탐사 또는 다른 목적의 화물들을 실어 날라 준다는 목표다. NASA는 이를 통해 많은 나라들에게 달에 대한 접근권을 나눠 주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대다. 남미 최초의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준비한 콜메나(COLMENAㆍ벌집이라는 뜻) 미션을 통해 초소형 무인 로버 5개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미국 민간 회사들의 달 탐사 계획도 활발하다. 아스트로보틱사가 페레그린ㆍ그리핀 착륙선을 각각 2023년ㆍ2024년 발사할 계획이며 인튜어티브 머신스의 노바-C 착륙선,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 고스트 착륙선 등도 개발되는 등 10여개의 민간 달 탐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다른 외국과의 협업도 일부 포함돼 있긴 하다. 독일항공우주센터가 개발한 방사선 검측기가 발사된다. 중국의 창어-4호 착륙선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설치되는 방사선 관측 장비다. 한국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천문연구원(KASI)이 경희대와 함께 개발한 고에너지 입자 탐지를 위한 '루셈(LUSEMㆍ달우주환경모니터)'이 그 주인공이다. 루셈은 2024년 발사되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착륙선에 실릴 예정이다. 달 표면에서 50keV(킬로전자볼트ㆍ전자 1개가 1000V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드는 일) 이상의 고에너지 입자를 검출한다. 달에서 방출되는 입자를 달 궤도와 달 뒷면에서 관측한 사례는 있었으나,달 앞면에서는 사상 처음이다.
인도도 올해 말 달 착륙선 발사를 계획 중이며, 이스라일의 스페이스IL사도 2025년 베레시트2호의 두 번째 달 착륙 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기존 우주ㆍ방산업계의 거물인 록히드 마틴사도 달 탐사 비지니스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 덴버 소재 크레센트 스페이스사를 분사시켰는데, 달 탐사가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용 통신ㆍ항법 위성을 개발하는 업체다. 조 런던 크레센토 스페이스 대표는 "향후 10년간 달에 가겠다는 임무를 100개 이상 제안받았다"면서 "지난해 NASA의 아르테미스 1호 성공 이후 급격히 늘어났으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구글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실시했던 달 탐사 공모전이 이미 민간 영역의 달 개척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질러놓은 상태다. 구글은 20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달 탐사 공모전(Google Lunar X Prize)을 벌였지만 아무도 상금을 타지 못했었다.
민간 회사들의 달 탐사 목적은 대체로 비슷하다. 달에서 물이나 다른 지하 자원을 찾아 내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일단 긍정적이다. 영국 오픈대의 마네하 아난드 행성과학 교수는 "모든 달 착륙 탐사가 과학 연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눈과 귀를 완전히 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은 민간 업체들의 '달 개척 러시(rush)'가 아직 인간이 살지도 않는 달의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18일자 기사에서 "우주로 가려는 민간 회사들의 노력은 여전히 실패가 많다"면서 "달 착륙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ㆍ옛 소련ㆍ중국 밖에 없으며, 달 표면은 이스라엘 민간 회사 스페이스IL이 2019년 착륙에 실패한 베레시트호와 같은 잔해물들로 뒤덮여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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