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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자마자 납치 성폭행" 中 탈북여성 처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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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먹고 정신 잃어"…中 납치돼 강제결혼
北 강제송환 정책으로 신분·지위 더욱 취약
"유엔에서 中 실태 은폐 못하도록 압박해야"

#. 북중 접경지역에 살던 여성 A씨는 어느날 이웃이 건넨 '중국산 사과'를 받았다. 북한에선 그렇게 귀하다는 사과를 반쯤 먹었을까, 다시 눈을 떠보니 그는 중국 창바이에 있었다. '이상한 사과'를 먹고 정신을 잃은 사이 중국으로 팔려 온 것이다. A씨는 어딘지도 모를 중국 농촌 마을에 넘겨졌고 처음 보는 남성과 강제로 결혼했다. 기구한 삶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탈북이 아니라 납치를 당한 것인데도, 훗날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A씨는 '당국의 허락' 없이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교화소에 끌려갔다.


#. 엄마와 언니의 손을 꼭 붙잡고 국경을 넘은 B씨는 중국에 발을 딛은 첫날부터 끔찍한 경험을 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산 주변을 정처 없이 걷던 세 모녀에게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이 달려들더니 그대로 언니를 낚아챘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 언니는 무참히 성폭행을 당했고, 그사이 도움을 구하기 위해 불이 켜진 집을 찾은 엄마도 조선족 남성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거리에 버려진 언니를 다시 만났지만, 세 모녀의 종착지는 다시 지옥. 탈북 브로커가 이들을 팔아넘긴 것이다.


北 강제송환 정책…'조직적 인신매매' 불러왔다
"국경 넘자마자 납치 성폭행" 中 탈북여성 처참한 현실 2018년 9월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여성들이 평양 외곽에서 열린 ‘조선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군’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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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권단체들이 중국 내 탈북여성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제출했다. 탈북민을 북한으로 강제송환 중인 중국의 정책이 탈북여성에 대한 조직적 인신매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북한인권증진센터(INKHR) 등 인권단체 3곳은 지난 10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재중 탈북여성의 인권 유린 실태를 다룬 공동 보고서를 냈다. 위원회는 다음달 12일 중국의 여성권 실태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있는데, 해당 위원회에 재중 탈북여성의 문제를 제기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탈북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를 부정·은폐 중인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강제송환 정책이 탈북여성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신매매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같은 정책으로 탈북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2차 피해, 강제적인 가족 분리 등을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 내 북한 여성 및 소녀들이 겪는 인신매매와 피해 보상, 보호 정책 등에 관해 중국 정부에 질문하고 개선을 권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재중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최소한 탈북민은 유엔 난민지위협약상 인도적 고려 대상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한국 등 제3국으로 이어주는 경유국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는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논란이 됐던 국제법상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도 이 같은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9월 방한 중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들은 가혹한 처벌과 고문, 다른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말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2022 국가별 인권 보고서'도 "중국 정부는 북한 사람들을 난민이 아닌 '불법 경제 이주민'으로 간주하고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며 "북송된 탈북민은 고문, 강제낙태, 강제노동, 성폭력 또는 죽음 등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린 문제없다' 中 압박…"韓정부도 송환 막아야"
"국경 넘자마자 납치 성폭행" 中 탈북여성 처참한 현실 건배하는 김정은과 시진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선언한 이른바 '인신매매와의 전쟁'이 오히려 탈북여성에 대한 조직적 인신매매를 촉진시켰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납치를 당해 끌려온 것이라 해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처벌을 받거나 교화소로 보내지는 것이 원인이다. 여성들은 인신매매·강제결혼·성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지만, 강제송환이 두려워 저항할 수 없는 조건이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 및 소녀들이 중국에서 강제결혼이나 매춘 등에 동원된 결과로 발생하는 재원은 1억5000만 달러(한화 197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재중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얼마나 광범위한 규모로 이뤄지는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의 여성권을 논의하는 자리에 이 같은 보고서가 상정되는 만큼 중국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원국으로서 자국 영토 내 '모든 형태의 여성 인신매매와 성 착취를 억제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재중 탈북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은 1995년 베이징여성대회 선언 이래 자국의 여성인권 신장을 홍보해온 중국 정부에게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조사에 참여한 인권단체들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이번 보고서로 중국 정부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인신매매와의 전쟁'을 통해 ▲얼마나 많은 탈북민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는지 ▲실질적으로 탈북여성을 인신매매한 죄로 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기는 한지 ▲중국 정부가 피해자를 위한 법적·의료적 지원을 권고했는지 등 명백한 실태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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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북한인권시민연합 캠페인팀장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 정책이 탈북여성의 인신매매와 밀접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보고서를 준비하게 됐다"며 "강제송환은 중국 내 탈북여성의 신분과 지위를 더 취약하게 만들뿐더러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인권침해로 되물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중국 정부에 인신매매 피해와 관련한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탈북민이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해야 다"고 당부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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