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4세 은둔형 외톨이 중 여성이 52.3%
결혼 상대 이외 모든 관계 단절…편견에 상처받아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오랜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방에 틀어박힌 젊은 남성'의 이미지로 대표됐기 때문에 조명 받지 못했지만, 결혼을 해도 배우자가 없으면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식의 은둔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문제는 "결혼을 했는데 무엇이 문제냐", “집안일을 하느라 집에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편견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아사히신문은 이달 어린이가정청의 조사를 인용, 40~64세의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중 여성이 52.3%로 절반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15~39세의 경우에도 여성이 45.1%를 차지했다.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여성과 남성 비율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은둔형 외톨이 출신으로 지금은 지원 단체를 이끄는 일본 히키코모리UX회의 하야시 쿄코 대표이사는 "이제야 실태를 보여주는 숫자가 나왔다"고 아사히에 전했다. 그동안 여성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립 대책을 만드는데 있어 여성을 지원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은둔형 외톨이 중에는 가정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관공서에 남성 직원이 있거나 지원 모임이 남성 멤버 중심으로 꾸려질 경우 발걸음을 돌리기 쉽다고 하야시 이사는 지적했다.
아사히는 중년 은둔형 외톨이는 청소년이나 청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중년 은둔형 외톨이 중 90% 이상은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취업 의욕이 있는 사람도 70%가 넘었다. 이들 중에는 직장 내 갑질이나 괴롭힘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을 한 경우라면 중년 여성의 은둔은 결혼 상대 이외의 모든 사회관계가 단절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못한다면 친정에 돌아가 칩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사히와 인터뷰를 진행한 익명의 중년 은둔형 외톨이 여성은 “외출도 남편의 도움이 없으면 하지 못한다”며 “결혼을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사람도 안 만나고 일할 기운도 없다. 원래였으면 부모에게 경제지원 등 모든 것을 의존했어야 하는데, 대상이 남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사회적 편견은 이들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다른 여성은 “은둔형 외톨이 자조모임에 용기를 내어 나갔는데, 다른 회원이 결혼했으면 외톨이가 아니다, 주부로 있으면 되니 좋겠다고 하더라”며 “집에 틀어박혀 있어도 가사, 간병, 육아 부담은 그대로다. 밖에 나가지 못하니 풀지 못해 괴로움만 남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키미즈 텟페이 메이지가쿠인 사회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는 집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사회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집단이 한정돼있는 다양한 상태를 의미한다”며 “외출 빈도보다 자기 부정감, 사회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는 느낌이 문제다. 이는 일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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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미즈 교수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10대 은둔형 외톨이에는 학교의 교육방식이, 중장년이라면 노동시장의 부작용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세대마다 배경이 다르다”며 “여기에 정규직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나,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세대 단위로 설계돼있는 사회 보장 제도의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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