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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상위 10개 종목, 외국 투자사가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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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재개 논란 일며 관심 커져
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JP모간·메릴린치가 공매도 활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의 잇단 공매도 관련 언급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의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 대부분이 외국계 투자회사들의 먹잇감으로 나타났다.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상위 10개 종목, 외국 투자사가 휩쓸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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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집계 가능한 가장 최신 날짜인 3월30일 기준)은 롯데관광개발·OCI·아이에스동서·HMM·아모레퍼시픽·후성·호텔신라·두산퓨얼셀·SK바이오사이언스·카카오뱅크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0개 종목 모두 외국계 투자회사만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는 상장주식수 대비 0.5% 이상을 공매도 한 경우를 말한다. 국내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1위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바클레이즈 캐피탈 증권회사, 유비에스에이쥐 등 4곳이 대량 보유자로 나타났다. 2위 OCI 역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메릴린치인터내셔날, 유비에스에이쥐가 대량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3위 아이에스동서에도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제이피모간 증권회사가 공매도 물량을 대량으로 보유했다. 4위 HMM 역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유비에스에이쥐, 제이피모간 증권회사의 공매도 매물이 집중됐다.


공매도 잔고 상위 50개 종목을 모두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외국계 투자회사만 이름을 올렸고 국내 증권사는 없었다. 국내 공매도 시장이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놀이터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다.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기법이다. 현재 공매도는 부분적으로 재개된 상황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코스피 2000선마저 붕괴되자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2021년 5월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 중 대형주 350개 종목만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재개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상위 10개 종목, 외국 투자사가 휩쓸어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집계 가능한 가장 최신 날짜인 3월30일 기준)은 이녹스첨단소재·에스티큐브·하나마이크로·현대바이오·나노신소재·위메이드·엔케이맥스·씨아이에스·이오플로우·메지온 등으로 나타났다. 잔고 대량 보유자는 전부 외국계 투자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50위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23위 에코프로비엠(한국투자증권), 30위 위지윅스튜디오(에셋플러스자산운용), 33위 엔켐(메리츠종합금융증권)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계 투자회사의 독무대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공매도에 가장 적극적인 외국계 투자회사는 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JP모간·메릴린치 등이 꼽혔다.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의 0.5%에 미치지 않을 경우 신고의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매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자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면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 공세가 더욱 거셀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매도 전면 재개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우리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MSCI가 제시한 조건인 공매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로 대별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우리 증시에서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에게만 불리한 제도다. 예컨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리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상환기간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 상환기간이 무제한인 반면 개인은 90일로 제한돼 있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가 활발한 것이다.


공매도 활발한 외국계 증권사 실적 좋아

공매도는 외국계 증권사의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다수 외국계 증권사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스탠다드차타드증권과 ING증권은 각각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으며, BNP파리바증권의 적자폭은 확대됐다. 그 외 증권사들은 영업이익이 50~90% 감소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외국계 증권사는 골드만삭스·메릴린치·도이치뱅크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공매도를 활발히 한 곳이 그나마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2020년 3월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됐다. 2021년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됐지만 여전히 2000개 넘는 종목은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꾸준히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 완전 재개 관련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내 공매도 규제가 해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한 주 만에 속도조절론을 꺼냈다. 3일 이 원장은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 후 열린 백브리핑에서 "금융시장 불안 완화 없이는 공매도 재개는 검토조차 하기 어렵다"고 한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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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의 공매도 발언 이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금융위원회도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공매도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시가와 방법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어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는 사실 재개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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