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 된 정준호 "전주영화제, 전통성·대중성 잡겠다"

제24회 상영작 기자회견 개최
해외 42개국 247편 상영
다르덴 형제 감독 첫 내한

전주영화제가 다음달 27일 스물네번째 장막을 걷는다. 올해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전통적 영화 형식과 상영 방식에서 탈피한 도전 정신을 표방한다.

올해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정준호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제24회 전주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통성과 대중성을 모두 표방하는 영화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마음으로 잘 뒷받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준호 집행위원장[사진출처=연합뉴스]

이번 영화제는 42개국 247편(해외 125편·국내 122편)을 상영한다. 최초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 작품은 66편이다. 전주 시내 6개 상영관, 23개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동의한 한국단편 38편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상영된다.

올해는 전주영화제 상징인 영화의거리 내 전주독립영화의 집이 건립 중인 관계로 전주돔에서 행사가 열리지 않고, 전주 시내 곳곳으로 무대를 옮겼다. 개막식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시상식·폐막식은 전북대학교 내 삼성문화회관에서 각각 열린다.

개막작은 제75회 칸 영화제 75주년 기념상 수상작인 다르덴(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 '토리와 로키타'다. 영화는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 소년 토리와 소녀 로키타가 마약 장사에 손대면서 벌어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칸이 사랑한 거장이라 불리는 다르덴 형제 감독은 전주영화제를 찾아 관객과 만난다. 형제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폐막작은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중학교 교사인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한 명지의 애도의 시간을 담았다.

한국경쟁 출품작은 111편으로 지난해보다 10편 줄었다. 장편 출품작에 관해 문석 프로그래머는 "퀴어 성향, SF적 상상력을 품은 영화가 늘었다"고 올해 경향을 짚었다. 단편에 관해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타인을 돌보는 내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아카데미 졸업생, 전·현직 교수 관계자의 추천을 바탕으로 선정된 단편영화 40편을 상영한다. '고철을 위하여'(1992) '2001 이매진'(1994) '그녀'(2001) '수지'(2014)' '미열' (2015) '서울의 달'(2016) 등이 관객과 만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올해 전주영화제는 당시 부집행위원장이던 민성욱과 배우 정준호를 3년 임기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독립·대안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에 상업영화, 드라마 활동 이력을 지닌 정준호의 임명이 영화제와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화제는 확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이후 기존 이사진이 사퇴하며 논란이 커졌다.

정준호는 "배우로서 그동안 숟가락만 가지고 차려진 밥상에서 밥만 먹었다는 걸 알았다"며 "배우로서 몰랐는데 영화제 준비 과정이 어렵다는 걸 알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임명에 관해 영화계 반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점을 우려하시는 안다"면서도 "전주시장과는 영화제 준비하면서 처음 봤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25년 동안 영화에 출연하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온 영화인으로서 집행위원장 자리에 누가 어울릴지도 고민해봤다"고 했다. 또 "정통성을 유지해온 전주영화제에서 후원회 등 인적 네트워크를 영화제 풍부한 자원과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산업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하겠다. 신바람 나는 영화제, 출제의 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24회 전주영화제는 오는 4월27일부터 5월6일까지 열린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