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억=월세 30만원은 옛말…전월세전환율 4%대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 4.08%
2년10개월 만에 3%대에서 4%대로
고금리, 수요 증가에 월세 올라

서울에서 ‘아파트 보증금 1억원=월세 30만원(전월세전환율 3.6%)’ 관행이 깨졌다. 전세보증금을 전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이 2년 10개월 만에 3%대에서 4%대로 올라섰다. 월세 100만원 이상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고금리를 피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2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08%로 나타났다. 한 달 전 3.98% 대비 0.1%포인트(p) 올랐다. 전월세전환율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1년 치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환산율이다. 예를 들어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바꿀 때 전월세전환율이 3%라면 세입자가 1년 동안 내야 하는 월세는 총 300만원이 된다. 즉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2020년 6월 3.97%로 3%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1월 3.13%까지 내려갔다. 새 임대차법 이후 전셋값은 빠르게 치솟는데 월세가 그 상승세를 못따라가 전월세전환율이 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부터는 전월세전환율이 점차 오르기 시작했고 ▲10월 3.28% ▲11월 3.46% ▲12월 3.63% ▲올해 1월 3.84% ▲2월 3.98%로 급격히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 추이

최근 전월세전환율의 널뛰는 상승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치솟는 이자 부담을 피해 임대 수요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면서 시장 원리에 따라 전셋값은 내려가고, 월세는 올라갔다. 실제로 부동산R114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92만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평균 85만원에서 8.1% 올랐다. 게다가 금리를 고려해 월세를 산정하는 집주인들이 덩달아 월세를 올려 받으면서 전월세전환율이 뛰었다.

이제 서울에서는 월세 200만원 이상 국민평형 아파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는 보증금 3억원, 월세 2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보증금 1억원, 월세 28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에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월세 상승에 따른 전월세전환율 오름세로 월세 부담도 전세 대출 이자 못지않게 커지는 만큼, 세입자는 집을 구할 때 전세와 월세를 합리적으로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와 시장 이자율 이상의 기대수익을 원하는 임대인들로 인해 최근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은 상승 추세"라면서 "여전히 금리가 높지만 전셋값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만큼 임차인은 전세 대출 이자와 월세를 꼼꼼하게 비교해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