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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수혈 받아도 CS 살 길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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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빠진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스위스(CS)가 당국의 긴급 자금 수혈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스위스 금융당국과 CS 경영진 간 이뤄진 긴급 회동에 참여한 한 내부 관계자는 "CS에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서킷 브레이커(비상계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언제든 또 다른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당국 주도의 강제 인수합병(M&A) 시나리오에 합병 당사자들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국이 CS의 강제 병합을 타진하고 있는 UBS는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IB 중심의 사업구조에 대한 불신'을 CS와의 합병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외신들도 "CS의 근본적인 문제는 유동성 위기가 아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구조와 영업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순자산 유출과 고객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CS의 핵심 사업부인 IB와 자산관리 부문의 적자폭은 실시간으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당국과 CS가 더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CS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한 주주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CS의 자금 압력이 한시적으로 완화됐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손보지 않으면 향후 몇 달, 혹은 1~2년 뒤 또 다른 고비를 만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CS가 사실상 기업해체 수준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금융당국이 CS의 소매금융 및 자산관리 부문의 예금을 보증하는 대신 IB 부문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JP모건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예금 전액 보증과 IB 부문 매각은 당국과 CS가 논의하고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CS가 IB 사업을 분할하며 월가에서 경쟁해 온 지난 30년간의 노력을 끝내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 수혈 받아도 CS 살 길은 산 넘어 산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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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국가보증안 통과도 또 다른 고비다. 당국의 지원 결정이 나온 다음날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었다. CS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CS를 국가가 보증하는 방안이 의제에 올랐는데, 주요 정당들은 큰 이견을 보였다.


스위스 제1당인 스위스 국민당은 투자자들의 신뢰 훼손을 명분으로 내걸면서 국가보증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다. 스위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은행 처리 방안을 법제화했는데, CS에 국가보증을 제공할 경우 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국민당 지도부의 토마스 마터 의원은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CS에 유동성을 공급할 책임이 있고 그렇게 했다"면서 "국가보증까지 서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2번째로 큰 정당인 사회민주당은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국가보증이 공식화되면 국가가 관련 비용 등을 보상받는 방안을 잘 수립해야 한다면서도 국가보증안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스위스에서는 연방의회에서 4년 임기로 선출된 7명의 각료가 연방장관 회의체인 연방평의회를 구성하고 주요 정책을 합의로 결정하거나 의회에 제안하는데, 두 정당은 이 가운데 각각 2명씩 차지하고 있다.


당국 수혈 받아도 CS 살 길은 산 넘어 산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1856년 스위스 철도 건설 사업 대부업으로 시작한 CS는 1900년 소매금융에 진출했고 1990년대 들어 퍼스트보스톤 인수를 시작으로 IB 부문의 활발한 M&A로 사세를 키워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 아케고스 사태와 2021년 3월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와 반복되는 스캔들로 연달아 타격을 받으면서 실적과 주가가 급전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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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영진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면서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도 내놨지만, 수년간의 연례 보고서에서 내부 통제 미흡 등 회계상의 ‘중대한 결점’이 발견되면서 재무 우려가 증폭돼 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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