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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세븐일레븐의 아버지, 이토 마사토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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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요카도·세븐일레븐 창립자
검소·겸손한 인성으로 유명…추모 이어져

편집자주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사람이 누군가 싶은 인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뉴스를 담당하는 국제부 기자가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일본 인사, 그리고 그에 엮인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일본 유통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토 마사토시(伊藤雅俊) 세븐 앤 아이홀딩스 명예회장이 향년 98세의 일기로 지난 10일 별세했습니다. 세븐 앤 아이홀딩스는 일본 슈퍼마켓 체인 이토요카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거느린 거대 기업입니다. 이토 회장은 이토요카도와 세븐일레븐의 전신을 모두 닦은 창립자로, 그의 별세에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1924년 도쿄에서 태어난 이토 회장은 1956년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던 옷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해 도쿄에 가게를 내게 됩니다. '식료품부터 의류까지 모두 파는 가게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상품 수를 늘리는 등 크기를 키워 지금 이토요카도의 전신인 '요카도'를 설립하게 됩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웬만한 것들을 다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을 참고해 식품, 생활용품 등으로 품목을 넓혀 종합 슈퍼 사업으로 크기를 키웠습니다. 이때 사명을 지금의 '이토요카도'로 변경하고 1972년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마치게 됩니다.


[일본人사이드]세븐일레븐의 아버지, 이토 마사토시 별세 이토 마사토시 세븐일레븐 앤 아이홀딩스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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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슈퍼마켓 체인으로 사업을 키워가던 시기, 이토요카도 임원 스즈키 도시후미씨가 미국 세븐일레븐 매장을 발견합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냉장고가 각 가정에 보급되지 않던 시절, 주 7일 16시간 얼음을 팔았던 작은 가게에서 다양한 제품을 함께 팔면서 초기 편의점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었죠. 이토 회장과 스즈키씨는 제휴를 맺고 일본에 이를 들여오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토요카도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심했습니다. 1970년대는 일본이 고도성장을 하고 있던 시기로, 대규모 쇼핑센터가 들어섰을 때입니다. 대형 업체 위주로만 이득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이미 죽어 나가기 시작했을 때였죠. 이 때문에 편의점 같은 소매점은 당연히 금방 망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중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토 회장은 이는 대형업체와의 경쟁 때문이 아니며, 규모와 관계없이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자 요구에 세심하게 대응한다면 충분히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1974년 도쿄에 세븐일레븐 재팬 1호점을 열게 되죠. 현재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 8만3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 중 4분의 1은 일본에 있습니다. 이른바 '대박'이 난 셈이죠.


그는 이처럼 소비행태의 변화를 빠르게 잡아내고 대응하며 회사를 더욱 키워나갑니다. 이토 회장은 이후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불경기를 대처한 경험을 설명하며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것은 불경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소비 방식이 변화한 것을 기업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이라며 “돈이 없어서 안 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상품이 없어서 안 산다는 것을 깨달아 먼저 (품목 다양화 등)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일본人사이드]세븐일레븐의 아버지, 이토 마사토시 별세 이토 요카도 매장 전경.(사진출처=이토 요카도 페이스북)

비즈니스에 대한 감이 좋았던 이토 회장. 그의 별세가 일본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던 것은 그의 인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항상 경영 철학으로 “회사는 이익보다 신용이 중요하다”를 내세웠다고 하는데요. 포브스 선정 일본 10대 부자에 들어가기도 했던 이토 회장은 검소한 소비 습관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옷이나 먹는 것에 크게 욕심이 없고, 도쿄에 있는 집 주변을 혼자 후줄근한 차림으로 산책하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자주 목격되곤 했다고 합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노력해서 성공한 것인가, 운이 좋았던 것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 해당한다. 일본이 고도 성장기를 맞아 소비가 촉진되던 시기에 유통업을 시작한 것은 행운이었다”라고 겸손하게 답변해 세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업을 확장한 이토요카도는 2005년 세븐 앤 아이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하게 되는데, 이때 ‘아이홀딩스’의 알파벳 I는 이토요카도와 이토 회장의 이니셜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기업에서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여담으로, 이토 회장은 유명한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고액 기부자기도 합니다. 둘은 미국과 일본에서 서로 연락하며 세계 경제와 일본 경제, 그리고 이토 회장의 사업 방향에 대해 밤늦게까지 논의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의 별세로 유통업계의 전설이 졌다며 일본에서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다만 이토 회장이 떠나간 이후 일본 세븐일레븐과 이토요카도는 고물가와 불경기에 맞물려 많은 부침을 겪는 중입니다. 이토요카도의 경우 의류 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며, 사정이 어려워져 통폐합이 예정된 점포도 늘어난 상황이죠. 이토 회장은 “모든 것에 있어서 생각의 원점은 항상 고객에게 둬야 한다”며 “나는 장사했다기보다는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도리를 반복해왔을 뿐”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시기 기업은 진정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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