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주가 급등으로 카카오 공개매수가 넘어
18만원 대항 공개매수설…어정쩡한 동거상황 가능성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가 카카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15만원)를 넘어섰다. 하이브가 '맞공개매수'를 진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주가에 하이브에 이어 카카오의 공개매수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에스엠 주가는 8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8800원(5.88%) 오른 15만8500원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인 15만원은 물론 16만원선을 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이미 기업의 본질가치를 떠나 자존심을 건 '쩐의 전쟁'으로 흐르고 있어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 기간이 끝난 직후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숨은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가 추가 공개매수를 할 수 없는 최대 베팅으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도 하이브도 주가수익비율(PER) 50배까지는 열어둘 수 있다"라며 "하이브가 18만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하이브가 어떤 입장 발표나 구체적인 액션을 취한다면 주주총회 직전에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공개매수 끝날 때까지 관망?
현대차증권 추산에 따르면 하이브는 현재 외부 자금 조달 없이도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18만원의 공개매수 단가로 25%의 에스엠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하이브는 국내 대형 증권사를 통해 3000억원가량의 인수자금 차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전에 투입할 자금이 공개매수 단가를 주당 12만원으로 발표했을 당시보다 50%나 늘었다. 에스엠의 본질가치를 따지면 무리한 가격일 수도 있지만 '쩐의 전쟁'으로 흐르는 마당이라 물러서기도 애매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이브의 현금성 자산과 4분기 영업현금흐름, 1분기 신규 차입금 등을 감안하면 하이브의 자금 동원력이 1조9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서 미국 힙합 레이블 인수자금 3000억원 정도를 빼면 약 1조6000억원이 남는다. 앞서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 확보를 위해 4500억원 정도를 썼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라고 보긴 섣부르다. 공개매수 기간이 이달 26일까지로, 시간은 넉넉한 편이다.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로 약 1%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미 에스엠 지분 4.9%를 확보한 카카오도 공개매수로 일정 지분을 더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 수익률을 채운 투자자 입장에선 하이브의 추가 공개매수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15만원선 아래로 다시 떨어지면 카카오 공개매수에 응할 수도 있다. 다만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카카오의 공개매수는 찬성했지만,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현재 공개매수(0.98%)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확보한 지분(14.8%)을 더해 15.78%를 갖고 있다. 이 전 총괄이 하이브를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처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잔여 지분 3.65%까지 합하면 총 지분율은 19.43%다. 카카오가 이번 공개매수에서 목표치인 35%가량을 모으지 못하면 일정 기간 카카오와 하이브 어느 쪽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어정쩡한 동거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