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와그너 그룹, 죄수 채용해 전장 투입
불만 표출하면 가혹 폭행…'즉결 처형'도
러시아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이 죄수들에게 사면 및 월급을 약속하고 채용해 전장에 투입했다는 증언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취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바흐무트에서 생포된 용병 출신 미하일, 일리야를 수용소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미하일은 폭행치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하던 중, 지난해 가을 와그너 그룹에 채용됐다. 미하일은 당시 와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누구든 전투에 참여하는 자의 형을 깨끗이 씻어주겠다고 했다"며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장에서 도망치거나 탈영할 경우 즉결처형을 뜻하는 "고 투 제로(go to zero)"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받았다.
당시 와그너 그룹은 미하일에게 월급 1300달러(약 170만원)를 약속했으며, 또 사면도 보장했다. 적군 위치를 발견하거나 차량을 폭파할 경우 보너스 최대 1200달러(약 156만원)도 지급될 수 있다고 했다.
미하일과 일리야는 감옥에서 나온 뒤 짧은 군사훈련을 받고 전선에 투입됐다. 이런 방식으로 감옥에서 차출된 용병들의 대우는 처참했다. 전장에서 불만을 드러낼 경우 즉시 처벌이 돌아왔고, 탈영병의 경우 잔혹하게 폭행하거나 살해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들(와그너 그룹)은 내 가족, 아이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즉결 처형은 최근 들어 다소 완화됐는데, 이들은 그 이유를 "(전장에 나갈) 사람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와그너 그룹은 러시아에 본사를 둔 민간 기업으로, 표면적으로는 보안 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에 깊이 관여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때도 와그너 그룹의 용병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WP를 비롯한 서구 매체들은 와그너 그룹이 지난해 2월부터 러시아 교도소 곳곳에서 죄수들을 용병으로 모집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용병들은 격전지에 집중 투입됐고, 대부분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은 지난 9일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를 통해 "죄수 모집은 완전히 중단됐다"라고 선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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