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숙 서울아산병원 핵의학팀 과장
올림픽공원·병원 둘레길 꾸준히 걸어
코로나 유행에도 옷 치수 줄고 체력 강화
"올해 하루 만보 걷기 목표…꾸준히 해야"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매일 걸으니 갱년기 증상이 없어요. 가족, 직장동료와 함께 걸으면 더 즐겁고 오래 걸을 수 있습니다.”
서화숙 서울아산병원 핵의학팀 과장(52)은 지난해 6월 서울아산병원이 직원들의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걷기 캠페인에 참여했다. 12주 동안 진행된 캠페인 기간 서 과장의 하루 평균 걸음 수는 2만1220보에 달했다. 장마철에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산을 들고 나가서까지 걸었다. 궂은 날씨에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걷기의 매력 때문이었다. 서 과장은 “한 달 정도 계속 걸으니 걷기에 중독됐다”며 “하루 2만보는 채우고 싶어 밥만 먹고 꾸준히 걸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이 걷기에 빠지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주로 요가, 근력운동 등 실내에서 운동을 즐기다가 코로나 유행으로 체육시설이 모두 문을 닫자 실외에서 할 수 있는 걷기로 눈을 돌렸다. 주로 집 앞의 올림픽공원과 병원 주변 성내천, 풍납토성 등 둘레길을 걸었다. 조금 빠른 정도로 날마다 쉼 없이 걷는 게 이제는 습관이 됐다. 그는 “보통 10분에 1000보, 빨리 걸으면 1200보 정도인데 하루에 1시간20분 정도는 걸어야 1만보를 채운다”며 “스스로 약속한 게 있어서 힘들고 귀찮을 때도 계속 걸었더니 이제는 걷지 않고는 하루가 허전하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걷기는 서 과장에게 놀라운 변화를 선사했다. 우선 몸이 가벼워졌다. 입던 옷 사이즈가 한 치수 줄었다.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여성들이 흔히 겪는 갱년기 증상도 없었다. 이제는 버스 두세 정거장 정도는 차를 타지 않고도 쉽게 걷는다. 밤에 숙면하는 데도 좋고, 장시간 움직이더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갖춰졌다. 그는 “최근 산악회를 처음으로 따라갔는데 선두그룹으로 계속 걸어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이 생겼다”며 “여행을 가도 예전에는 힘들고 체력이 달렸는데 지금은 아주 건강해졌다”고 예찬했다.
꾸준한 걷기의 효과를 체감한 서 과장은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걷기를 권유한다. 가족 중에는 올해 77세가 된 어머니가 걷기 파트너다. 지난해 여름 내내 토성을 함께 걸은 어머니는 이제 매일 새벽 걷기가 습관이 됐다. 서 과장은 “어머니께서 아침에 7000~8000보를 항상 걸으신다”며 “하루 종일 일해도 지치지 않으신다며 왜 매일 걷는지 알겠다고 말씀하신다”고 웃음을 지었다. 병원에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걷기 파트너다. 점심을 먹고 꼭 30분씩은 원내를 걷고, 저녁에도 저녁을 먹고 함께 운동한다. 서 과장과 함께 걸으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건강을 찾은 직원들도 여럿이다.
서 과장은 혼자 걷기보다는 함께 걷는 것을 선호한다. 마음 맞는 직장 동료나 지인 등과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매일 시간이 되는 사람들과 만나 걷는다. 주변에서 귀찮아하더라도 그는 계속 같이 가자고 권유해서 함께 걸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자칫 운동에 소홀해질 수 있는 상황을 막고, 걷기를 더욱더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서 과장은 “혼자 걸으면 한 시간만 걸어도 힘들지만, 누군가와 같이 걷는다면 시간이 빨리 간다”며 “장소는 똑같더라도 다른 화제를 대화하며 걸으니 코스만 같을 뿐 다른 걷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올해 목표를 하루 1만보 걷기로 정했다. 매일매일 1만보 이상을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고 있다. 아직 겨울이라 날이 추워 1만보만 걷고 있지만, 봄이 오고 따뜻해지면 하루 1만5000보 이상 걸을 생각이다. 평소에도 즐겨 걷는 올림픽공원과 병원 둘레길은 봄과 여름에 환상적인 운동 코스로 변신한다. 병원 바로 앞 성내천 제방길은 벚꽃이 만개하면 그야말로 절경을 자랑하고, 나무가 우거져 여름에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걷는 운치가 좋다.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과 단풍이 맞는 그야말로 걷기 좋은 코스다. 병원에서 직원 건강을 위해 시행하는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서 과장은 “건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꾸준히 석 달은 해야 몸의 변화도 느껴지고 습관이 잡힌다”고 강조했다.
서 과장처럼 지난해 걷기 캠페인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직원은 총 1200여명에 달했다. 30~40대는 물론 50대 직원들의 참여율도 높았고, 1인당 하루 평균 1만8000보를 기록하며 양적·질적으로 모두 성공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됐다. 바쁜 병원 생활에도 걷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실제 송파구 거여동, 위례동 등 병원에서 5㎞ 이상 떨어진 곳에서 걸어서 출퇴근했다는 직원도 있었고, “애들도 다 키웠겠다, 남는 시간에 줄기차게 걸었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한 김지현 서울아산병원 노사협력팀 대리는 “병원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는 반응과 함께 기초 체력이 쌓여 다른 운동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지혈증이 없어졌다거나 5㎏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앞으로 직원 모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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