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시 탈출' 오키나와를 가다<2>
걷기부터 건강관리까지 한번에
걸음 수 따라 포인트 제공, 지역상권 연계
[오키나와=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오키나와의 '1일1만보(1日1萬步)' 운동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지난 2019년 개발된 걷기 독려용 애플리케이션인 '오키하군 워크'다.
오키하군 워크란 이름은 오키나와의 건강증진 캐릭터인 '오키하군'에서 따왔다. 오키하군은 남자아이의 형상을 한 캐릭터인데,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꽃 히비스커스를 머리에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캐릭터 이름은 오키나와의 '오키'와 히비스커스의 'ㅎ'을 합쳐 만든 것이다.
오키나와 시청 시민건강과는 2019년 앱 개발을 결심하고 이를 전문 업체에 의뢰했다. 이후 시청 관계자들이 직접 사용해보며 피드백을 통해 2년 동안 최적화 작업을 마쳤고, 2021년 10월부터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모리구치 마리 오키나와 시청 시민생활과장은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개발하게 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앱에는 걷기와 함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매일 체중, 체온, 혈압 등 건강 상태를 입력하면 이를 일별, 주별, 월별 막대그래프로 정리해서 한 눈에 건강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캘린더에는 목표 걸음 수를 달성했는지, 기분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도 기록할 수 있다.
또한 걷기 권장과 독려를 위한 경쟁시스템도 도입했다. 현재 10대부터 80대까지 앱 사용자들은 전체 참가자 중 자신이 걸은 총 걸음 수의 랭킹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걷기 랭킹에 참가자 2334명 중 70대 1위는 1만 2000보를 걸은 사람이었으며, 전 연령대에서는 4만보를 걸은 사람이 1위에 올랐다.
포인트 제도를 통해 만보 걷기에 대한 보상도 실시하고 있다. 100보당 1포인트를 받을 수 있으며, 걷기로는 하루 최대 8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최대 걸음 수인 8000보는 오키나와 성인 남녀의 평균 걸음 수보다 500~1000보 높게 책정된 수치다.
오키나와 시청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하자’는 취지 아래 일상생활에서 시청과 제휴한 음식점, 공공기관 등에 방문해도 걷기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건강 진단과 같은 ‘검진 미션’을 수행할 경우 500포인트를 지급하며, 3일 연속 이상 걸었을 경우 400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밖에도 앱 사용의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앱에 접속만 해도 포인트를 제공하며, 건강 상태를 입력할 때마다 추가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오키나와 시청은 앱을 통해 지역 관광과 상생에도 일조하고 있다. 시청은 관광명소 곳곳에 QR코드를 설치했다. QR코드를 찍으면 장소 방문 미션 하나를 해낸 셈이 돼 장소 설명이 앱에 자동으로 뜨게 되는데, 직접 방문하며 미션을 해결하는 재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아라카키 아키히로 시민건강과 건강추진계장은 “이용자들도 동네에 이런 장소가 있는 줄 몰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인트는 곧 카드 실적으로 이어진다. 앱에서는 3000포인트를 모으면 노멀 카드, 5000포인트는 실버 카드, 1만 포인트를 달성하면 골드카드를 발급한다. 제휴 카페에 방문해 카드를 보여주면 음료를 할인받을 수 있고, 현재 계약은 종료됐지만 쌀을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는 가게도 있다. 모리구치 과장은 “앞으로 협력점을 더욱 늘려 주민 참여와 함께 지역 상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키나와 시청은 건강한 걷기 문화를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일본 안팎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매년 ‘걷기 그룹 대항전’을 개최하는데, 참가원의 걸음 수를 합산해 그룹별 걸음 수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룹에 오키나와 사람 1명만 속해 있다면 다른 지역과 국가의 사람들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물로는 오키나와 특산품을 제공하는데 지난해에는 오키나와에서 만든 소시지 세트, 과자 세트 등이 지급됐다. 올해 그룹 대항전 모집은 이번 달까지 받는다.
건강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담은 앱인 만큼,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모리구치 과장은 “참가자 대부분이 일상에서 걷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며 “관광 명소 등을 도보로 방문하게 하면서 지역 상권에서는 손님이 결과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걷기와 지역 상생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셈”이라고 덧붙였다.
오키나와= 전진영 기자 jintonic@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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