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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MoMA에 등장한 AI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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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인공지능(AI)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AI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 AI의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 1층 로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비(非)지도(Unsupervised)'가 내게 던져준 질문들이다.


로비 1~2층에 걸친, 높이 8m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에서 현란하게 펼쳐지는 3차원 영상은 마치 색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강렬한 색상들의 파도가 벽으로부터 끓어오르듯 휘몰아치다, 아예 다른 작품인냥 드로잉 이미지가 나오더니, 마지막엔 AI의 작품임을 드러내는 기계적 다이어그램로 이어진다.

[뉴욕다이어리]'MoMA에 등장한 AI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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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현대미술의 정수로 불리는 모마는 이 작품을 "모마의 소장 작품들을 본 기계는 어떤 꿈을 꿀까?"라는 질문으로 소개했다. 튀르키예 출신의 AI 아티스트1세대인 레픽 아나돌(38)은 모마가 갖고 있는 근현대 작품자료 13만8151장을 AI에 학습시켰다. AI가 이러한 학습 결과를 재해석하고 시각화한 창작물이 바로 비지도다.


설치 미술의 특성을 반영해 매일 매일 이미지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날의 날씨, 빛, 소음, 관람객들의 움직임까지 측정, 입력해 즉각즉각 AI가 작품에 반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 떨어진 벽에서는 작품 설명과 함께 작업화면을 볼 수 있다. 아나돌은 이 작품을 '기계의 꿈' 또는 '환각'이라고 표현하며 "반 고흐부터 피카소, 칸딘스키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이 AI의 꿈 속에 있다" 고 말했다.


작년 11월 모마가 로비에 이 작품을 전시하기로 하자, 미술계 안팎에선 AI가 만든 작품을 현대미술, 예술로 받아들인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매거진 뉴요커는 비지도를 '이번 겨울 뉴욕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가장 논란이 많은 전시'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프트웨어가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면 우리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두려운 질문"이라고 보도했다.


AI 기술개발이 가속화하며 이제 '창의성, 예술은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믿음조차 흔들리는 모습이다. 앞서 2018년 10월에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화가 오비어스가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사상 최초로 나와 고가에 낙찰되는 역사가 쓰이기도 했다. 오비어스는 14~20세기 작품 1만5000여개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이 그림을 그렸다. 낙찰가는 당초 예상의 40배를 웃도는 43만2500만달러였다.


당시 높은 낙찰가와 달리, 예술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모방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을 예술로 봐야하느냐를 두고도 부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그리고 AI가 언젠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지금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AI는 예술가인가, AI가 만든 작품이 거장의 예술작품들처럼 감동과 메시지와 불멸의 가치를 가질수 있을까, 이를 가능하게 한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창작과 예술은 과연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 될 것인가.


[뉴욕다이어리]'MoMA에 등장한 AI예술가'

모마 1층 로비에는 연일 이 작품을 지켜보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일인 이날도 40여명남짓이 1층 로비와 2층 난관 곳곳에서 비지도를 즐기고 있었다. 관광객 다니엘 젠슨씨는 "AI가 만든 것이냐"며 "아무 것도 모르고 왔지만 계속 지켜보게 되는 시각적 즐거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나 또한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채 시시각각 바뀌는 다양한 색상, 움직임에 한참 빠져있었기에 그의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는 "AI가 만든 작품, AI가 만든 노래 등도 결국 시대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하나의 움직임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매 시즌 새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기 위해 뉴욕을 찾는다고 하는 미술전공 한인 유학생 이가영씨는 "기술의 발달에 대한 감탄은 했다"면서도 'AI의 작품은 예술인가, AI가 예술가일 수 있나'란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이 씨는 "현재로썬 기술적 보조수단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 "AI가 어떤 기능적 수행을 다수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예술 중에서도 특히 '파인아트'는 특히 부가가치가 강조되고, '의미부여'가 모든 것이다. 인간이 완전히 배제된 순수미술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애초에 작가가 AI를 수단으로 가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AI가 예술의 궁극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진 이러한 의견이 지배적이라 생각된다. 예술은 무용성의 유용함이 논해지는 분야다. 그 무용함을 유용함으로 바꾸는 마지막 손길은 결국 사람의 서사, 의미부여에서 이뤄진다.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예술은 없다. 오직 예술가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처럼. 통조림 깡통을 반복해 그린 앤디 워홀의 작품이 결국 예술로 인정받은 것은 새로운 해석, 그 안에 담겨있는 작가정신, 시대적 맥락이 있었기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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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AI 기술개발이 각 업계에 미치는 그 파급력만은 결코 낮춰말할 수 없다. 당장 챗GPT가 공개된 뒤 뜨거운 열풍만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앞으로 AI가 가져올 영역의 확대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어쩌면 공포일수도, 어쩌면 축복일수도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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