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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트렌드 2023]'찐팬' 소비자의 힘,디깅력에 주목해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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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트렌드 2023]'찐팬' 소비자의 힘,디깅력에 주목해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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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 진심"인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Z세대 응답자의 55%는 본인을 무언가 혹은 누군가의 ‘찐팬’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특정 분야를 덕질하는 사람은 이전에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등 특정 서브컬처를 전문가 수준으로 탐닉하는 일본의 ‘오타쿠(otaku·オタク)’, 공부나 과학지식에 열심이지만 사회성에는 부족함이 많은 미국의 ‘너드(nerd)’ 등 특정 관심 영역에 진심으로 애정을 쏟는 행동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몰입러들에게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1인 N스크린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몰입 대상이 ‘드영만소(드라마·영화·만화·소설의 줄임말)’에 해당하는 미디어 콘텐츠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플랫폼을 넘나들며 본방·재방을 챙겨보는 것은 물론이고, 0.1초 단위로 캡처해 자신과 같은 디깅러에게 희귀 ‘짤(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이들의 몰입 목적은 단순히 자기만족에 머무르지 않는다. 남들보다 더 전념해서 즐겼음에 재미를 느끼고 이를 소통하며 자랑한다. 이러한 최근의 몰입소비현상을 ‘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dig를 사용하여 ‘디깅한다’고 표현하는데, 이렇게 공유하고 과시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나 생태계는 주류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 즉 디깅력을 갖는다.


디깅러들의 몰입 대상은 매우 다양한데, 최근에는 컨셉디깅이 흥미롭다. 요즘 웹드라마와 웹코미디를 평정하고 있는 콘셉트는 극사실서사,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채널 ‘픽고(PICKGO)’는 특별하지 않은 익숙한 에피소드를 다루는데, 평균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다. 예를 들면 ‘사회생활 안 해본 애들 특징’ ‘진지한 사람 특징’ ‘자존감 낮은 연애 특징’ 등 일상적인 소재를 매우 리얼하게 묘사하는데, 공감 가는 리얼리티로 자연스럽게 몰입의 정도를 높인다. 현실고증 콘텐츠로 유명한 ‘숏박스’도 마찬가지다. ‘장기연애’ ‘찐형제’ ‘취중진담’ 등 1~10분 이내의 짧은 ‘스케치코미디’ 콘텐츠가 크게 공감을 얻으면서 초고속 성장했다.


컨셉디깅이 Z세대의 놀이라면 관심사에 기반한 디깅은 그 범위가 훨씬 더 넓다. 예를 들어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질’은 더 이상 청소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제로 BTS나 임영웅씨의 팬클럽에는 나이 지긋한 열혈팬들이 많다. 자신을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덕후’라고 스스로 밝히는 것을 ‘덕밍아웃’이라고 부르는데, 디깅하는 관심사를 공개함으로써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고, 나아가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몰입의 정도가 더욱 깊어진다.


이러한 몰입소비현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관심사를 구심점으로 관계가 확장되면서 일종의 커뮤니티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드라마를 볼 때 혼자 보지 않고 서로 소통하면서 시청하는 ‘소셜뷰잉(Social Viewing)’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소위 ‘파티’ 문화가 발달하고 있는데, 웹툰에서도 이러한 소통이 시도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웹툰플랫폼 ‘만화경’이 스낵 콘텐츠인 웹툰에 원격소통 기능을 추가한 것이 그 예다. 새로운 기능 ‘구름톡’은 웹툰 장면마다 독자가 피드백을 남기면 해당 문구가 장면 위로 지나가 함께 즐기고 있음이 시각적으로 확인된다. 또 다른 기능 ‘태그톡’은 다른 독자에게 자신의 이상적인 성격과 외모를 적어, 이를 캐릭터로 그려달라는 ‘자캐신청’이 가능해 독자 간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쇼셜뷰잉 공간은 디깅러들이 한데 모여 애정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공해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소통의 장은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네이버는 2022년 9월 ‘커뮤니티’ 서비스를 오픈했다. 현재는 스포츠 커뮤니티를 지향하지만 향후 서비스의 주제를 드라마, 증권, 이슈 키워드 등으로 확장할 예정인데 블로그와 밴드를 잇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그 외에도 지니 TV, 아프리카 TV 등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기능을 강조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특정 분야에 몰입하고 덕질하는 디깅소비는 이제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디깅러들이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도 기대된다. 특히 전술했듯 향후 기업과 브랜드는 이들이 관심사와 취향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커뮤니티 내에서 정보 공유와 관련 소비가 발생하면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커뮤니티 내에서의 결속력이 기업과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다루는 업(業)에 ‘진심’인 소비자를 발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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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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