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 3나노 생태계 확대 임무
삼성리서치 차세대가전연구팀…AI 활용도 높여야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조직이 장기 기술 탐구에서 단기 수익성 확대로 운영 목표를 바꿨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완성품 중 양품 비율(수율)을 높이고 8년 만에 적자를 낸 생활가전 사업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R&D 조직은 종합기술원, 삼성리서치, 삼성반도체연구소,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등으로 나뉜다.
1987년 설립된 종합기술원은 상용화 여부를 떠나 인공지능(AI)알고리즘, 나노전자, 배터리재료, 양자기술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한다. 상용화하더라도 수십 년 뒤를 목표로 삼는다. 이윤우, 임형규, 황창규, 김기남, 권오현, 김기남 등 대부분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친 인사들이 원장을 맡았다. 종합기술원은 2011년 풀컬러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완성, 2018년 갤럭시S9용 홍채·얼굴인식 기술, 2020년 고효율 장주기 전고체 리튬 메탈 배터리 개발 등 성과를 냈다.
승현준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삼성리서치 글로벌 연구개발(R&D)협력담당 사장이 2021년 11월 온라인 '삼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삼성리서치는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드는 DX(디바이스 경험)부문 세트(완성품) 선단 연구 조직이다. 2017년 설립 이후 대략 5년 정도 후 상용화할 중장기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종합기술원이 먼 산을 바라보는 조직이라면 삼성리서치는 한참 걸어가면 도착할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조직이다. 삼성전자 AI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로봇,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치 사업), 지능형 소프트웨어 등을 주로 연구한다.
2014년 설립된 삼성반도체연구소는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선단 연구를 한다. 강호규, 정은승 소장 등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사업부장 출신이 소장을 지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메모리사업부 소속 송재혁 사장(당시 부사장)이 조직을 맡았다. 메모리, 시스템 LSI 반도체 분야 공정, 소자, 설비기술, 신소재 등을 연구한다.
또 삼성은 필요시 각 사업부 내 별도 R&D 조직을 만든다.
여러 R&D 조직 중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삼성리서치, 반도체연구소다. 삼성리서치의 당면과제는 작년 4분기 유일하게 적자를 낸 사업부인 생활가전사업부 수익성을 올리는 것이다. 작년 생활가전사업부는 ‘캄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2025년까지 사내 가전 플랫폼 스마트싱스 가입자를 현 2억명에서 5억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기기가 알아서 전기를 덜 쓰게 돕는 'AI 절약 모드' 기술 등이 핵심이다. 높은 AI 기술 확보가 필수다.
작년 말 삼성리서치는 내부에 생활가전 기술 연구 조직인 차세대가전연구팀을 만들었다. 작년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삼성은 올해 인사에서 최고 AI 전문가 승현준 전 리서치장 사장을 글로벌 R&D 협력담당 사장으로 보냈다. 삼성리서치는 6년 전부터 한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영국 등에 AI 연구조직을 만들고 관리해왔다. 승 사장은 프리스턴대 교수 출신이다. 그를 미국으로 보낸 것은 삼성리서치를 미국 인맥을 활용해 성과를 내라는 이야기다.
송재혁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사장.[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의 어깨도 무겁다. DS부문은 3나노미터(㎚·10억분의 1m) 1세대 공정 수율을 올려야 한다. 2024년 3나노 2세대,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 체계를 빠르게 안착시켜야 한다. 시장 점유율이 1위 TSMC의 1/4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세 공정 수율을 높여야 고객을 늘릴 수 있다.
송 사장을 작년 6월 소장에 앉힌 것도 이례적이다. 정기인사 시즌도 아닌데 소장을 바꾼 것이다. 기술혁신을 위해 비정상적인 인사를 했다. 종합기술원장 출신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파운드리 세계 1위가 되려면 20년 안에 TSMC를 따라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자를 풍부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사내 엔지니어 육성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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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분석 전문가들은 삼성의 R&D 효율화에 대해 현명한 대처라고 평가한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시황이 어려워질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R&D 경영을 효율화하는 게 정석"이라며 "기술(D램→파운드리)에서 큰 변곡점이 온 만큼 삼성은 R&D 효율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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