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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金' 사들인 까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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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움직이는 '황금'과 '달러'
킹달러에 맥 못추던 황금 값어치
'금리 다 올랐다' 기대감에 가격↑
신흥국 중앙은행도 금 매수 행렬

편집자주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중앙은행이 '金' 사들인 까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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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금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왜 중앙은행들은 금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을까요?


인류의 안전자산 '금'과 '달러'…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

먼저 금이 시장에서 어떤 가치와 대우를 받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금은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힙니다. 안전자산이란 ‘가지고 있으면 손해 보지 않는’ 자산을 말하겠죠? 달러를 생각해보세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찍어내는 화폐인데 미국이란 나라가 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거기다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교환수단이니까 달러 가치가 하루아침에 폭삭 주저앉을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금도 마찬가지에요. 금은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가치 있는 자산’으로 여겨왔습니다. 기원전부터 금을 화폐 수단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고요. 19세기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가 화폐가치를 금에 연동시키는 ‘금본위제’를 실시했습니다. 지금은 금본위제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금을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금을 아무 쓸모없는 하나의 광물이라고 생각할 일은 절대 없으니 정말 안전한 자산인 거죠.


그래서 투자자들은 경제위기나 전쟁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면 달러를 보유하거나 금을 사려고 합니다. 그럼 위기 때마다 달러와 금값은 치솟는걸까요? 언뜻 생각하면 달러와 금의 값어치는 동시에 오르고 내릴 것 같습니다. 같은 안전자산이니까요. 하지만 금과 달러는 같은 안전자산인데 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금의 가치는 내려가고,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금의 가치는 올라가죠.


중앙은행이 '金' 사들인 까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금-달러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는 그래프. 자료=국제금융센터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은 국제사회에서 달러로 표시하고 달러로 거래합니다. ‘동네 금은방에서는 한국 돈으로 살 수 있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달러 가격이 원화로 표시된 것뿐이죠. 1달러가 금 한덩이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해볼까요? 어느 날 달러의 가치가 확 올랐습니다. 이제 1달러는 금을 두덩이나 살 수 있을 정도로 값어치가 높아졌죠. 그말은 즉슨 금 한덩이의 값어치가 0.5달러로 떨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금리와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보통 금리가 높을 때 금값이 떨어진다고 하죠. 금리는 주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말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화폐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서 금은 사놓고 있어도 이자가 0%인 상품입니다. 반면 달러를 예금에 넣으면요? 이자를 주죠. 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보유한 금을 팔고 달러를 보유하는 게 유리해집니다.


대신 금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빛을 발휘합니다. 이자가 없는 대신 가치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금을 사야 한다는 게 통설처럼 여겨집니다. 인플레이션은 보통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많아지면서 화폐가치는 점점 떨어지니 달러를 들고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를 보게 되죠. 그런데 금값은 가치를 대체로 유지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킹달러에 맥못추던 金…금리인하 기대감에 ↑
중앙은행이 '金' 사들인 까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그럼 지난해 금값은 어땠을까요? 경기가 어렵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까지 벌였으니 위기가 맞는 거 같은데 다들 금을 구매했을까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큰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금값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인플레이션율도 높고 코로나19, 미·중 갈등, 전쟁 등 불확실성도 어마어마하게 컸는데 말이죠.


원인 중 하나는 금리와 달러에 있습니다. 높은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렸습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금리 인상은 9달간 이어지며 4.25%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달러도 그만큼 급격한 강세를 보였겠죠. 한국에서는 높아진 달러의 가치를 두고 ‘킹달러’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니까요. 금은 킹달러에 눌려 안전자산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뽐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금값이 꿈틀거리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금값은 6주 연속 올랐습니다. 온스당 1930달러까지 올랐다고 하죠. 이유는 역시 달러·금리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이 끝물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내년 상반기 정도면 금리인상이 멈추고 앞으로 유지·하락할 일만 남았으니 곧 금값이 오를 거라는 생각에 금 매수자가 늘어난 거죠.


중앙은행이 '金' 사들인 까닭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중국 인민은행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금을 다량으로 매수하기 시작한 게 금값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튀르키예와 우즈베키스탄, 인도, 카타르 등이 실제로 금을 많이 샀거나 사들였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죠. 금을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요.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을 다량 매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 매수 타이밍이라는 얘기가 솔솔 나옵니다.


유독 신흥국의 중앙은행이 금 매수에 적극적인 이유를 두고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학습효과라고 추측합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금융자산 동결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죠. 달러로 된 자산을 처분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러나 금은 예외였습니다. 세계 5위 수준의 금 보유량 덕분에 러시아가 충격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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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조건 금이 오를 거라고 생각해 무턱대고 매수해선 안 됩니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실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으면 기대만큼 금값이 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금을 팔아치우면 단기간 금값이 조정될 수도 있고요. 물가가 예상 보다 잡히지 않아 금리를 조금 더 올린다면 금값은 더 오르기 힘들어지겠죠. 세계은행도 지난해 10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하면서 2023년에도 금 가격은 4%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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