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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웃은 테마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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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총선, 신정부 출범 등 때마다 新테마 등장
새해 중동 개발-드론-로봇 등 테마주 과열 분위기
주가 급등락 따른 피해 커 투자 주의해야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갑자기 급등하는 주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실체 없는 테마주(株)가 급등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 관련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요 정책 관련 테마주도 등장했다. 더불어 해마다 새로운 테마주가 등장해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감독 당국이 테마주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하고 주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도 마련했지만 주가 급등락에 따른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도 연초부터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이슈로 요동쳤던 중동 개발 관련주가 아랍에미리트(UAE) 투자 소식에 다시 탄력을 받았다. 우진아이엔에스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50% 이상 급등했고, 희림·금호건설 등도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영공을 침투한 이후로 한컴위드·제이씨현시스템 등 드론 관련주도 시장에서 주목받는 테마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가 로봇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한 이후로 티라유텍·휴림로봇·유일로보틱스·뉴로메카 등 로봇 테마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수급이 특정 테마로 몰렸다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했다가 오히려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테마주 주가 흐름을 복기해 보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은 투자 방법은 아니었다.


1987년 '만리장성 4인방' 등장

테마주의 역사는 길다.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북방외교에 공을 들였다. 중국과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지던 시기에 이른바 '만리장성' 테마가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기로 했고 알루미늄 창호를 전량 납품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한알루미늄이 급등했다. 이후 공사에 투입하는 노동자들에게 고무신을 공급한다는 풍문과 함께 태화 주가도 올랐다. 인부들의 간식과 소화제도 국내 업체가 대기로 했다는 허황된 소문에도 삼립식품(현 SPC삼립)과 한독약품(현 한독) 등의 주가가 반응했다. 대한알루미늄과 태화는 각각 2001년 3월, 1999년 5월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이후로 다양한 테마가 등장했고 대통령 선거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대선 테마주는 기업의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면서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는 주식 종목을 뜻한다.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 테마주

2007년 12월 17대 대선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서 4대강 테마가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이화공영 주가는 2007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26배 급등했다. 수정 주가 기준으로 1000원 수준에 머물던 주가가 2만5000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특수건설 주가도 6배 이상으로 올랐다. 4대강 사업을 약속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테마주는 급락했다. 이화공영 주가는 선거 직후부터 같은 달 말까지 76% 급락했다.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적었던 특수건설 주가는 고점 대비 64% 떨어졌다.


끝까지 웃은 테마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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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동안 이화공영 매출은 7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도 4억~8억원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이화공영 실적은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재임 4년차인 2012년 말 주가는 테마 등장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을 앞둔 시기에도 어김없이 정치 테마주가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저출산 문제 해결 기대로 아가방 주가는 1년 동안 10배 올랐다. 2010년 말 2100원선에 머물던 주가가 2012년 1월 2만2000원을 넘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주가는 3년 만에 82% 하락했다.


19대 선거를 앞두고 정책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련주가 주목받았다. 학연 또는 지연이 있는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여성의류 브랜드 업체 대현은 연관 없는 사진 한 장에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경영진 가운데 한 명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등산하고 찍은 사진이 퍼지면서 대현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됐다. 한 달 만에 주가가 3배 올랐지만 해당 사진 속 인물이 대현 경영진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대현 주가 급등락은 정치 테마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과거 대통령 선거 사례를 보면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공통으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두 후보 관련주는 80개가 넘었다. 대통령 선거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공통 지인(44%),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18%), 학연(16%) 등 해당 기업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막연한 관계가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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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후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테마주 매매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 테마주에 투자해 1~2개월 만에 원금이 몇 배로 늘어나는 마법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기도 해서다. '단기 급등'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로 투자를 정당화하곤 한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25%, 34% 하락했다. '정석적인 우량주 투자로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테마주에 대한 관심도 여전한 모습이다.

끝까지 웃은 테마주는 없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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