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직원 배우자, 블라인드서 폭로
은행 측, 부장에 대기 발령 조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한 대형은행에 근무하는 한 남성이 직장 상사에게 부당한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저희 남편 좀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자신의 남편이 대형 은행에 재직 중이라고 밝히며, 남편이 직장 상사인 부장에게 당한 부당한 일들에 대해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부장은 A씨 남편과 스크린골프 내기를 해서 100만원을 갈취하는가 하면,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부장의 만행은 금전적인 문제로만 그치지 않았다. 뺨을 때리거나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내뱉는 등의 폭언·폭행도 저질렀다. 또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모니터링해 신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A씨의 남편은 퇴근 후에도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부장의 갑질은 A씨에게까지 파장을 미쳤다. A씨의 남편은 얼마전 아내에게 "미안한데 김밥을 좀 싸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A씨가 이유를 묻자 남편은 "부장이 김밥을 좋아하는데 사먹는 게 물려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김밥을 싸오라고 했다"고 답했다.
A씨의 남편은 힘든 상황에서도 부장의 인사 발령을 기대하며 꾹 참고 지냈으나, 최근 있었던 인사에서 부장의 발령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부장의 갑질을 참다못한 A씨가 남편을 대신해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A씨는 "(부장은) 어느 회사에도 어느 조직에도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며 "남편 부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배우자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은행 이름, 부장의 성(姓)과 부서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 등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폭로 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온라인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은행과 부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내부 감찰에 나선 은행은 지난 3일 부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은행 측은 "추가 조사 후 징계 수위를 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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