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획일화된 도시구조 바꾸기 위해선 자율성 중요
이 과정에서 사회적 성숙도와 투명성이 중요해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도시의 변화는 결국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와 법규라는 틀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동시에 사회적 성숙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서울의 100년’ 계획을 어떻게 계속 진행시킬 수 있을까. 정권과 지방정부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가 일상화 된 한국 사회에서 말이다. 조병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은 이 질문에 ‘시민들의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총감독은 "서울의 발전을 위해서는 용적률과 건폐율, 지구단위 계획 등 창의적인 도시계획이 나올 수 없는 현재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며 "시민들이 공감하는 도시계획을 도출해 내고, 이 합의된 여론으로 정치인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큰 밑그림이 시민들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면, 정치인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 밑그림을 흔들 때 다시 시민들이 나서서 ‘왜 변화를 주는지’ 묻고 따지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사회의 성숙도도 중요하다고 했다. 조 총감독은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시청 방문 당시를 떠올리며 "건축을 인허가하는 부서의 광경이 건축 설계사무실을 방불케 했다"고 소개했다. 공무원이 단순하게 인허가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계획하는 시민들과 함께 설계도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시의 100년 청사진대로 설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카이저슬라우테른 공무원들의 일 처리는 시민이 시가 가지고 있는 100년 청사진에 맞춰 주면 새로운 건축을 할 때 용적률이나 건폐률에서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서 "이러한 일 처리는 일견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특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고 투명한 사회적 성숙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도 이런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조 총감독은 상황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내가 독일에서 현지 공무원들을 만나면서 놀랐던 것이 1995년도였다"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한국 사회도 훨씬 많이 성숙하고 투명해졌다. 우리도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조 총감독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고건축, 부석사나 해인사 등을 보여주면 깜짝 놀란다"면서 "자연을 고려한 건축을 우리는 일찍부터 계획하고 설계하고 지었던 저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울은 세계 그 어떤 도시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장점과 우리의 경험을 살리면 서울은 세계 속의 가장 특색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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