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다만 점도표상 내년 금리 전망은 5.1%까지 올리며 당분간 통화 긴축이 지속될 것을 확인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도 일축했다.
◆예상대로 Fed 빅스텝, 한미 금리차 1.25%P로 확대
Fed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3.75~4.0%에서 4.25~4.5%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서 속도를 늦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번 속도 조절은 일찍부터 예상돼왔다. 파월 의장이 이르면 12월부터 속도 조절을 시사해 왔고, 최근 공개된 인플레이션 지표도 최악 국면은 지났다는 신호를 가리켰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도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OMC는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한 충분한 제한적 정책기조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함에 있어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시차,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11월 성명서와 대체로 유사한 내용이다.
이날 Fed의 금리 결정으로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1.2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이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 우려는 한층 커졌다.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은 다소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금리전망 5.1%로 높여...파월 "인하 고려 안해"
이날 Fed는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취합한 ‘점도표(dot plot)’ 상 내년 최종금리 중앙값을 5.1%까지 끌어 올리며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도 명확히 했다. 점도표 상 내년 금리 5.00∼5.25%(중앙값 5.1%)는 지난 9월 전망치인 4.5~4.75%(중앙값 4.6%)에서 0.5%포인트 상향된 수준이다.
내년에도 추가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FOMC 참석자 19명 중 17명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내다봤다"며 "아직 정책기조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금리 전망은 당초 시장 예상을 상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파월 의장은 "올해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할 때마다 금리 전망을 높여왔다"며 "이를 다시 올리지 않는다는 확신은 없다. 향후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추가 상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내년 금리 인하 계획을 묻는 말에도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Fed의 초점은 물가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지 금리 인하가 아니다"라며 "SEP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반영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예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Fed의 판단으로 분석된다. 이날 공개된 SEP에 따르면 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내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전망치는 3.5%로 9월 전망치(3.1%)보다 상향조정됐다. 고물가가 고착화하며 Fed의 긴축 기조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파월 의장은 최근 예상을 하회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을 반기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과열된 노동시장 등을 우려점으로 꼽은 그는 "상품 가격이 꽤 빠르게 돌아섰지만 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 등은 빨리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할 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추가 빅스텝이냐, 베이비스텝이냐...2월에 쏠린 눈
시장의 관심사는 다음 금리 인상폭이다. 누적된 긴축이 경제에 미칠 여파를 들여보겠다는 반복된 메시지로 인해 Fed가 내년 첫 FOMC가 열리는 1월31일~2월1일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까지 인상폭을 더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 시티는 "최종금리 수준이 속도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한 점에서 2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 역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제프리스는 2월 빅스텝 이후 3월 베이비스텝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갈 길이 멀다"면서도 향후 인상폭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는 "얼마나 올리느냐 보다는 얼마나 높게,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입수되는 데이터와 경제, 금융 상황에 따라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0.25%포인트씩 높이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결정하지 않았다"며 "속도를 늦추긴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로 전망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9월 1.2%에서 0.5%로 조정됐다. 내년 실업률은 4.4%에서 4.6%로 조정됐다.
지금 뜨는 뉴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예상보다 매파적인 기조에 시장의 피벗 기대감이 꺾인 여파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0.76% 떨어졌다. 볼빈자산운용의 지나 볼빈 사장은 "투자자들이 Fed의 결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환호했던 전날과 같은 희망을 보지 못했다"면서 "산타랠리 희망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15일 오전 코스피는 하락 출발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