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정 증자로 180억 조달
BW 상환에 조달자금 대부분 사용
최병오 회장 신주 배정 물량 10%만 참여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매출 급감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패션그룹형지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형지I&C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쪼그라든 매출 규모가 수년째 답보 상태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한 데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결손금은 쌓여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형지I&C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형지I&C는 이달 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상환 자금과 운영자금 등 총 180억원을 조달했다. 구주 1주당 신주 0.96주를 배정했다.
형지I&C는 조달한 자금으로 6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147억원을 상환했다.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 1838원 아래로 형지I&C 주가가 내려가면서 BW를 보유한 투자자가 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했다.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6억원에 불과했던 형지I&C는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증자 참여 여력이 부족했던 최병오 회장은 유상증자에서 배정받은 신주 물량 가운데 약 10%만 인수했다. 증자가 끝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율은 53.7%에서 30.4%로 낮아졌다.
형지I&C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결손금이 늘고 있다. 매출액은 2019년 1021억원, 2020년 671억원, 지난해 655억원으로 감소했다. 2020년과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53억원, 29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지난해 6월 공모로 BW를 발행해 150억원을 조달했다. BW로 조달한 자금을 채무를 상환하고 온라인몰을 육성하는 데 사용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통해 해외 판매를 늘리기 위한 광고도 집행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해외 부문과 온라인에 투자했지만, 관련 매출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올 3분기 해외 온라인 매출은 1억2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0.2%를 차지했다. 형지I&C는 2014년 패션브랜드 '본지플로어'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으나 영업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7년 철수했다. 국내 사업에 집중하다 2020년부터 아마존을 통해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 181.6%에서 올해 3분기 290.2%로 높아졌다. 증자를 통해 BW를 상환하면서 부채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이 없다. 보유 중인 부동산도 이미 담보로 제공한 상태라는 점에서 기존 브랜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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