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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비과학이 만든 GMO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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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비과학이 만든 GMO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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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유전자변형농수산물(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고 한다. 2024년까지 법제화를 완료하고,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완전표시제를 정부의 ‘국정과제’로 오해한 일부 의원들의 잘못된 지적에 대한 어설픈 답변이었다. 일방적인 ‘여론조사’ 대신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반영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GMO 완전표시제는 지난 5월에 확정된 ‘110대 국정과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완전표시제는 과학적 근거도 확실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과도한 규제라는 사실을 인수위가 뒤늦게 깨달은 결과였다. 물론 소비자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되는 소비자의 부담과 혼란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완전표시제 논란의 핵심은 GMO 유전물질(DNA)을 제거한 지방·단백질·전분당·식용유 등의 중간원료다. GMO 유전물질을 제거해버린 중간원료는 비(非)GMO로 생산한 전통적인 중간원료와 구분이 불가능하다. GMO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의 성분들이 화학적으로 완벽하게 동등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서의 혼란은 필연이다. 생산자가 값싼 GMO로 생산한 중간원료를 비(非)GMO 제품이라고 우기면 소비자는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모든 생산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지 않는 한 GMO 완전표시제가 제대로 정착될 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다. 수입식품의 경우에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어설픈 제도가 국제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은 없다. 자칫하면 심각한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실 GMO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농작물과 가축의 유전자를 ‘변형’ 또는 ‘조작’한 것은 GMO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재배·사육·양식하는 모든 농작물·가축·어패류의 유전자도 ‘품종 개량’을 핑계로 인위적으로 변형·조작한 것이다.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으면 사과와 딸기를 더 달고, 크게 만들 수 없다. 인류는 1만2000년 전 ‘육종(育種)’이라는 잡종교배를 이용한 유전자 변형 기술을 개발했다. 농작물과 가축의 유전자를 우리 입맛에 맞도록 인위적으로 변형한 것이 인류 문명의 시작이었다.


GMO에 사용하는 유전자를 변형하는 기술이 달라졌을 뿐이다. 유전자 ‘재조합’ 또는 ‘편집’이라고 부르는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다. 농작물과 가축의 유전자를 변형한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육종 기술과 조금도 다르지 않지만 잡종교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기술이다. 유전자를 변형하는 기술을 바꿨다고 소비자가 불안에 떨어야 할 이유는 없다.


육종 기술을 이용해서 더 크고, 단맛을 강화한 신품종의 과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심지어 속이 파란 수박을 거부하는 소비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소비자들이 GMO의 안전성·환경성 때문에 불안에 떠는 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다. 전 세계의 과학기술계가 GMO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에는 7억9500만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소비자의 불안을 부추기는 엉터리 주장에 영혼을 빼앗기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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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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