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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펼쳐진 '판도라'…지구 향한 나비족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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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스 바이 더 베이서 '아바타: 더 익스피리언스' 기획전
14일 개봉 '아바타: 물의 길' 맞아 배경인 '판도라' 꾸며
160종 식물·7층높이 폭포, 아바타 조형물과 어우러져
단순 영화 홍보 아닌 환경 보호 강조…지구의 황폐화 경고

싱가포르에 펼쳐진 '판도라'…지구 향한 나비족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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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바타(2009)'의 배경은 판도라다. 보석처럼 순수한 빛을 발하는 별이다. 하늘에는 지구와 같이 새털구름과 양떼구름, 뭉게구름이 유유히 흘러 다닌다. 대지 위에는 마시고 씻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넘쳐난다. 숲속에는 300m 높이의 나무들과 신기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하나같이 경이로운 빛을 내뿜는다. 나비족은 '에이와'라고 통칭한다. 자아를 가진 하나의 거대한 존재로 인식한다. 각각이 연결돼 세상이 균형을 이룬다고 믿는다.


만물을 관대하게 보듬는 자연의 어머니가 싱가포르에 재현됐다. 대표적 관광 명소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내년 3월 31일까지 기획전 '아바타: 더 익스피리언스(Avatar: The Experience)'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둥 없는 온실인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을 판도라처럼 꾸몄다. 기존에 있던 식물 160여 종과 7층 높이의 보랏빛 폭포, 클라우드 마운틴 등이 아바타 조형물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펠릭스 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최고경영자(CEO)는 "판도라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조성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펼쳐진 '판도라'…지구 향한 나비족의 경고

무성한 서식지의 아름다움은 밤이 되면 곱절로 커진다. 알록달록한 꽃과 나비족 모형이 무지갯빛 섬광을 반사하며 찬란한 빛을 뿜어낸다. 자욱한 안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새·벌레 소리와 함께 신비로움을 증폭한다. 나비족 오두막에 앉아 영화 속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처럼 포용적으로 받아들이면 잃어버린 평온과 안정이 돌아온다. 첨단 기술 없이도 완전한 생태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긴다.


뚜렷한 주제 의식 전달은 영화를 합작한 월트디즈니컴퍼니와 캐머런 감독, 존 랜도 프로듀서 등이 참여해 가능했다. 신비로운 생명체가 뿌리내린 환경과 토착민의 매혹적인 문화 등을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CG) 못잖게 구현했다. 조형물도 단순한 모형만 열거하지 않았다. 애니메트로닉스 등을 적용해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부여했다. 애니메트로닉스는 기계적 뼈대나 전자 회로를 가지고 제작한 실물과 흡사한 캐릭터를 원격 조정을 통해 움직이게 하는 CT(culture technology) 기술이다. 이번 제작은 현지 그룹인 씨티네온이 맡았다. 국내에서 '쥬라기 월드 특별전' 등을 선보인 테마파크·지식재산권(IP) 프로젝트 수행 기업이다.


싱가포르에 펼쳐진 '판도라'…지구 향한 나비족의 경고

가장 눈길을 끄는 조형물은 익룡을 닮은 실물 크기의 이크란. 날개를 퍼덕이며 관람객과 일일이 눈을 맞추는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보다 훨씬 작은 아기 이크란도 안내원의 품에 안겨 연신 인사를 건넨다. 독특한 경험은 각종 체험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일렬로 세워진 촬영 부스에서는 방문객의 이미지를 캡처하고 이에 부합하는 아바타 버전을 생성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에서는 정면과 바닥에 에이와의 마법을 수놓는다. 영상은 카메룬 감독이 직접 연출했다. 오는 14일 베일을 벗는 '아바타: 물의 길' 속 생명체를 먼저 선보이는 공간도 있다. 수족관처럼 꾸며진 사방에서 고래를 연상시키는 툴쿤과 수장룡을 닮은 일루 등이 등장한다. 모두 오래전 지구에 존재했을 법한 형태다.


지구에 이처럼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남아 있는 지역은 거의 없다. 다양한 나무가 울창했던 숲에는 성냥갑 같은 집들과 단백질 농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대부분의 바다는 합성 해조류를 양식하는 해양 목장으로 사용된다. 웅장한 암석과 멋진 봉우리로 가득했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전용 거주지로 개발됐고,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낙하하던 요세미티 폭포 줄기는 메말라버렸다.


싱가포르에 펼쳐진 '판도라'…지구 향한 나비족의 경고

지구도 판도라만큼 푸르고 아름다운 별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환경을 황폐화하고 생명체를 말라 죽게 했다. 그 사이 인간의 설 자리는 함께 좁아졌다. 대부분이 싸구려 탄수화물과 합성 단백질로 끼니를 때우고 유황이 섞인 공기를 마신다. 좁고 먼지 나는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두려움과 초조함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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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더 익스피리언스'를 단순히 영화 홍보 공간이나 테마파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지의 고대 지구를 향한 향수가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위태롭다는 경고로 직결된다. 곳곳에 배치된 나비족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자연과 교감하는 얼굴로 현대 문명에 찌든 방문객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영화에서 판도라를 소개하는 네이티리(조 샐다나)처럼.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며,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




싱가포르=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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