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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여지 생겼는데…여전히 불법 취급 광주 남구 '구두수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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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점용료 내고 합법 영업 가능' 도로법 시행령 개정

구 자체 마련 기준 깐깐…'도로폭·시야·인근 상인·도시 미관' 등

14곳 수선소 모두 합법화 안돼…점용료比 20% ↑ 변상금 납부

합법화 여지 생겼는데…여전히 불법 취급 광주 남구 '구두수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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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길거리를 지나다가 구두 굽이 닳아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날 때 급하게 찾는 구두수선소.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 새 신발처럼 뚝딱 만들어주는 생활 속 편의시설이지만 여전히 불법 점유물 취급을 받는 애물단지 신세다.


2015년 8월 도로법이 정비되면서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7일 광주광역시 남구에 따르면 현재 남구에는 14곳의 구두수선소가 있지만 이들 중 어느 한 곳도 합법화된 곳은 없다.


모두 불법으로 점용료보다 20% 비싼 변상금을 납부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된 도로법 시행령 제55조(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 등)에는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구두수선소도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 사회 취약계층인 이들에게 붙은 불법 꼬리표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으면서 행정이 '과잉범죄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구가 구두수선소의 합법화 제도를 홍보하는 데 미온적인 데다 자체적으로 세운 허가 기준이 지나치게 깐깐하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구두수선소 허가제' 내용이 담긴 도로법 개정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홍보하는 자리가 지금까지 없었다.


실제로 해당 법이 개정된 후 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남구 구두수선소 어느 한 곳도 허가 신청서를 접수한 적 없다. 그만큼 홍보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남구 월산동에서 구두수선소를 운영하는 5급 장애인 구모씨도 영업 허가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접수해야 하는 절차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불법 영업소라는 이유로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 다른 건물에서 전기를 끌어 쓰다가 스파크 문제까지 발생해 화재 위험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구씨에게 '허가증'은 어떻게 보면 '생명줄'인 셈이다. 그는 관할 구청도 아닌 한전에서 "허가증을 받아오면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다"는 간략한 내용만 듣고 얼핏 아는 정도였다.


이 모든 게 2015년 개정된 도로법에 의해 합법화되면 해결될 문제다.


만약 구씨가 허가증 신청을 하더라도 남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허가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 기준을 보면, 구두수선소를 운영하기 위해선 보도폭 2m가 확보돼야 하고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의 시야를 현저하게 방해해선 안 된다. 인근 상인의 동의 여부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수준 등도 감안해야 할 항목이다.


이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구씨의 구두수선소는 도로법에서 정한 최소 보도폭(1.5m)보다 0.1m 넓은 1.6m의 보도폭을 확보했지만 기준 보도폭(2m)에 비해 0.4m 유휴 공간이 부족해 불허 처분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폭 1.6m 정도면 일반 성인 두 명이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는 수준이며, 인파가 몰리지도 않아 보행자에 미치는 영향도 극히 적은 지점이다. 동종업계가 아닌데 인근 상인의 동의가 굳이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다.


만약 구씨가 인근 자치구인 동구에서 구두수선소를 차렸다면 달라졌을까. 답은 '그랬을 수도 있다'다.


동구는 2015~2016년 사이에 도로법 개정 취지를 살려 도로별·지역별 사정을 감안해 유연하게 판단을 내려, 관내 75곳 중 33곳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


당시 동구는 현장 실사를 통해 보행자 통행과 차량의 교통 흐름을 현저하게 방해하지 않거나, 안전에 위협을 주는 심각한 요소가 없다면 되도록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운영했다.


도로 폭이 몇 m가 확보돼야 한다는 등 획일적인 기준을 두지 않고 사례별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현재는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구두수선소를 막고자 추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침을 유지 중이긴 하다. 그래도 일부 허가를 내준 동구와 비교하면 남구의 '행정 경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구가 허가 문제를 두고 소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허가'라는 선례를 남기면서 도로법 시행령에 명시된 또 다른 도로 점용자들이 너도나도 허가해 달라는 민원에 시달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상길 남구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구두수선소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도, 지자체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수년째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구두수선소 업주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이라며 "도로법의 합법화 취지에도 불구하고 뒷짐만 지며 방치해서야 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남구 관계자는 "타 지자체의 사례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체적으로 도로점용 허가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개별 사정에 맞춰 이 기준을 낮추게 되면 원칙이 흔들리고 형평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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