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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도 번진 이란 반정부 시위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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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 대표팀, 영국과 경기 전 국가 제창 때 침묵
여자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는 히잡 쓰지 않고 출전하기도

스포츠로도 번진 이란 반정부 시위 연대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는 이란 대표팀.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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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이란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로 이어졌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이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국가를 제창하지 않았고, 이란 국영 TV는 선수들 얼굴 대신 경기장 전경을 화면에 내보내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선발 선수 11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이란의 국가가 나오자 제창하지 않고 침묵했다. 경기장에 국가가 힘차게 흘러나와도 이란 선수들은 그저 무표정으로 엄숙하게 서 있었을 뿐이었다. 이는 선수들이 두 달 넘게 이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터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이란 당국은 시위에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체포하는가하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식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이달 12일까지 이란 군경의 폭력적인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시위자는 최소 326명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두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란 시민 수백명이 시력을 잃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테헤란 지역 대형병원 3곳의 안과의는 최소 500명의 환자가 심각한 눈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고 집계한다.


이는 오히려 한층 더 공개적이고 과감한 연대 움직임의 계기가 됐다. 이란 대학생들은 수업 보이콧에 나섰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노동자들도 파업에 들어갔다. 수도 테헤란 중심의 전통시장 상인들도 가게 문을 닫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상황이다.


스포츠계 주요 인사들 역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달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는 시위를 지지하는 이들의 의사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됐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 알리 카리미 전 이란 국가대표 선수는 현재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란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알리 다에이도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1월 초 두바이에서 열린 '비치사커 인터콘티넨털 컵'에서는 이란 선수 사이드 피라문이 골을 넣은 후 머리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이는 반정부 위에서 일부 여성들이 저항의 의미로 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란 축구의 전설 알리 다에이도 반정부 시위 지지

이란 축구 리그에선 일부 선수들이 몇 달째 골 세리머니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골이 들어가면 이들은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키려는 듯 손을 아래로 내린다. 이때 축구를 중계하는 국영 TV 방송사는 득점 팀에서 화면을 돌려 실점한 팀을 비춘다.


이들의 목소리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 무대에서도 등장했다. 수비수이자 이란 대표팀 주장인 에산 하지사피는 경기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의 현재 상황이 옳지 않다"며 "이란 국민들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카타르에 와 있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거나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의 힘은 모두 이란 국민에서 나온다"고 연대 의사를 밝혔다.


스포츠로도 번진 이란 반정부 시위 연대 21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이 열린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이란 응원단이 '여성, 삶, 자유'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또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이란 선수들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고, 두 골을 기록했음에도 세리머니를 생략하고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규정을 준수하고 경기 정신에 부합한다면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항의할 수 있다"며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를 두둔했다. 영국 BBC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게리 리네커도 "강력하고 매우 중요한 제스처였다"며 이란 대표팀 선수들의 행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란 축구 팬들도 반정부 의사 나타내

경기를 보러 온 이란 축구 팬들도 반정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 전 이란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소리를 지르며 야유했고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자유를 뜻하는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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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기의 가운데에 새겨진 국장이 오려진 국기를 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재 국기의 국장은 1979년 입헌군주제인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 혁명의 상징으로, 이를 오린 것은 이슬람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저항 표시로 해석된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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