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앞세워 국내 수출 성장 이끈 삼성전자
지난해 해외 매출액만 국내 총수출 5분의 1
국가 경제 기여 높은 일자리 창출도 삼성전자 몫
'뉴 삼성' 기초 닦는 이 회장 책임 중요도 ↑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160조2288억원. 삼성전자가 지난해 수출로만 달성한 매출액 규모다. 단일 기업의 수출 성과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인 6444억달러(919조5588억원)의 약 5분의 1 수준에 달했다. 수출 주도 국가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지분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국내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제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주요 사업자로 거듭난 결과, 1995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8년에는 900억달러를 넘기더니 3년 만인 지난해에는 1100억달러 벽을 처음 넘겼다.
삼성전자 성과가 가시화할수록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반도체는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수출 품목에서 부동의 1위였다. 지난해엔 국내 총수출의 약 20%가 반도체 품목에서 발생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국내 총수출액도 1995년 1000억달러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수출 성장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메모리 중심의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국내 수출이 역성장했는데, 이 역시 연장선에서 살필 수 있는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 수단인 일자리 창출과 채용 혁신에도 앞장서며 궤적을 남겼다.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 제도를 도입한 뒤 현재까지도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며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다수 기업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올해부터는 향후 5년간 채용 규모를 확대, 삼성전자와 타 계열사를 포함해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국내 경제가 삼성전자에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주요 요소다.
학력·성별 등 차별을 없앤 능력주의 인사를 국내에 확산한 곳이 삼성전자인 것도 주목할 점이다. 삼성전자는 1993년 대졸 여성 신입 공채를 신설해 여성 전문 인력 500명을 선발했다. 1995년에는 입사 자격 요건에서 학력을 제외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인재론을 발판으로 이뤄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당시엔 흔치 않던 직장 어린이집 문화를 앞장서 조성했다. 고 이 회장은 기혼 여성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전국 주요 사업장에 선제적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해 재계 귀감이 됐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경제기여액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경제기여액은 기업이 경영 활동으로 창출한 경제 가치를 협력사와 임직원, 주주, 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나눈 것을 말한다. 기업 데이터 연구소인 CEO스코어가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의 경제기여액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는 160조2288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 3위인 현대자동차(81조5652억원)와 포스코홀딩스(61억4195억원) 경제기여액을 합친 금액보다 많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취임 후 처음 발걸음한 곳이 광주에 있는 협력사였던 점도 이와 연관이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이같은 성과가 곧 이 회장 시대의 '뉴 삼성' 기초를 쌓을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선대 회장들의 초격차 기술, 인재 경영, 동반 성장 등의 핵심 가치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삼성전자를 키울 책임이 이 회장에게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과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쳤듯 앞으로도 대규모 M&A와 투자를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120조원이 넘는 실탄을 보유한 점도 이같은 기대를 높인다.
삼성전자 행보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수요 감소 등 거시 경제 악화 시점에서 이 회장에게 부여된 과제는 더욱 중요도를 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반도체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면서 이중 80%(360조원)를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의 성공이 연관 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지면서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실제 이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될 당시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이 회장의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도 기대를 모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길에서 퀄컴과 구글, 아마존, 버라이즌 등 내로라하는 각 분야 선도 기업과 만나며 해당 역량을 드러낸 바 있다. 재계는 이같은 행보가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할 뿐 아니라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국내에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이 회장이 친분을 활용해 화이자와 우리 정부를 연결, 백신을 마련하도록 도운 것이 대표 사례다. 내년에 결정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간 외교 사절 활동도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멕시코와 파나마 등을 찾아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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