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기업으로 행보에 속도내야
등기이사, 컨트롤타워, 지배구조 개편 과제로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號(호)는 이제 막 닻을 올린 상태다. 분식회계, 편법승계 등으로 어두웠던 과거 이미지를 걷어내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국내 대표 기업'으로의 행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이사회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경영 안정성 등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책임 경영'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조직을 뒷받침할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키며, 해묵은 과제로 꼽히는 지배구조를 개편해 나가는 등 혁신을 위한 과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4대그룹 회장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임원'=경제계에선 이 회장이 내년 3월 등기이사에 취임하며 책임 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승진 안건이 의결되면서 회장으로 취임했으나 미등기임원이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경영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리고 법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여서 책임 경영의 대표적 직위로 통한다.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책임감을 갖고 경영 전면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이 회장은 4대 그룹 회장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이 회장을 제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각각 SK㈜, 현대차, ㈜LG 사내이사에 올라 있다. 정 회장과 구 회장은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2018년 삼성그룹 동일인(총수) 지정, 지난 27일 회장 취임에 이어 책임 경영 체제 구축을 완료하게 된다.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지 4년여 만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이사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위기가 확산하자 책임 경영에 나선 것이었다.
이경묵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는 상법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라며 "이재용 회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 책임경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은 당분간 맡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2018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역할을 분리한 바 있다.
◆'적폐 없는'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경제계 안팎에선 삼성이 중장기적으로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처럼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주주와 이사회, 전문경영인으로 이어지는 '3각 체제'가 굳어진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선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확립하고, 이사회에서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효율성을 갖추려면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조율할 경우 오히려 불법의 소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불렸으며, 2010년부터 '미래전략실(미전실)'로 이름을 바꿔 그룹의 인사와 전략을 맡아왔다. 하지만 삼성은 박근혜 정부 시절 2017년 미래전략실을 없앴다. 삼성과 정치권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 계열사들은 자율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이끄는 사업지원, 삼성생명이 주도하는 금융경쟁력제고, 삼성물산이 이끄는 설계·조달·시공(EPC) 등 3개의 태스크포스(TF)가 컨트롤타워를 대신하고 있다.
재계뿐만 아니라 삼성 내부에서도 컨트롤타워 재편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연매출 400조원 규모에 60개 계열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이 발 빠른 의사결정과 경영지원을 책임질 컨트롤타워 하나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이유다.
이 회장이 취임과 함께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한 만큼 그룹 차원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정립도 빨라질 전망이다. 반도체, 모바일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수합병(M&A)은 물론 사업 부문 간 시너지 창출 전략도 강조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삼성이 내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그룹 차원 컨트롤타워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컨트롤타워(미전실)이 일각에서 '적폐'로 인식돼 사라진 만큼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도 높다. 과거 구조조정본부, 미전실의 역할과 형태를 답습해 '관리'에 초점을 둔 조직보다는 민첩한 의사결정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한 슬림한 조직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소유의 축 '지배구조 개편'=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필수적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최대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 같은 지배 형태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1.6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배력 강화 문제가 그룹의 숙원이었다.
다만,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자산의 3%를 초과하는 20조원 규모의 나머지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이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외국 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분할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이 포함되는 금융지주와 삼성전자 등이 속하는 사업지주로 나누고, 오너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각사의 지분을 현물 출자한 뒤 이들 지주사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단시간에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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