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파워 K-우먼]리사 손 교수 "가면 벗을 용기 가지자…노력했다는 사실을 들키자"

시계아이콘02분 3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심리학과 교수

"나도 아직 가면 있어"
여자·동양계 등 가면 써 온 성장기

집필 활동과 자녀들과의 대화 통해 극복
"타고 났다는 생각 버려라… 안전하게 들켜야"
"모든 가면이 나쁘지 않아… 건강한 가면 쓰자"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10월 19일 개최한 ‘2022 여성리더스포럼’에서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가운데 40인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했습니다. 성별·인종·장애·가난 등 온갖 장벽과 경계에 직면해서도 그것에 굴하지 않고 경계를 부수거나 뛰어넘어 새롭고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한 여성 리더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파워 K-우먼]리사 손 교수 "가면 벗을 용기 가지자…노력했다는 사실을 들키자"
AD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나도 가면을 엄청나게 쓰고 있다."


괜찮은 척, 완벽한 척을 위한 가면을 쓴 '임포스터(impostor·사기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해 온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 역시 아직 가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손 교수가 쓴 첫 가면은 언어였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영어가 서툴렀다. 손 교수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로 말하면 실수를 하게 되니 아이들이 웃고 놀렸다"며 "이를 숨기기 위해 과하게 공부를 시작해 테스트에서 늘 100점을 맞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구들과 선생님이 '리사 영어 잘하네, 똑똑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악순환이 시작됐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는 잘 알지만 시험에서는 완벽한 성적을 거두니 누구도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똑똑하다', '천재'라는 평가가 나오는 순간 기울였던 노력은 어디에도 말할 수 없이 등 뒤로 숨겨야 하는 치부가 됐다. 손 교수는 "점수에는 과정이 없다"면서 "많은 이들이 시험 점수를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하면서 가면은 하나둘 늘어갔다. "운동을 좋아했지만 부모님들은 '뛰어다니지 마라', '예쁘게 하고 다녀야지'라고 말했다"는 손 교수는 "여자, 큰딸, 착한 척, 얌전한 척 등 많은 가면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다른 아이들은 시끄럽게 굴어도 당연히 여겼지만 그에게는 "리사, 넌 그러면 안 되지"라고 했다. 교수들은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그에게 유독 더 실망했다. 사회적으로도 미국에서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서는 한국인인 척해야 하는 등 가면은 날로 많아졌다. 손 교수는 "가면의 가장 큰 문제는 익숙해지면서 스스로도 타고 났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라며 "자신을 바꿀 수 없게 되니 '나는 이런 딸', '나는 이런 여자'로 여겨 스스로 멈추게 된다"고 토로했다.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손 교수는 "어릴 때부터 메타인지, 가면 같은 개념을 알지는 않았지만 '척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며 "교포로서 문화적인 것에 대한 흥미도 많다 보니 심리학에 흥미가 생겨서 전공으로 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파워 K-우먼]리사 손 교수 "가면 벗을 용기 가지자…노력했다는 사실을 들키자" 리사 손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심리학 교수가 지난달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여자의 심리, 여자의 용기'란 주제로 특별강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오랫동안 써 온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됐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손 교수는 책을 쓰고 아이들을 기르면서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첫 책(<메타인지 학습법>)이 나오면서 가면을 들킨 후 두 번째 책(<임포스터>)에서는 모든 걸 고백했다"면서 "나는 가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니고, 문제가 많고 맨날 울고 숨어있다는 걸 책에 모두 담았다"고 했다. 그 후에 찾아온 건 해방이었다.


손 교수는 "그 후로 너무 편해졌다"며 "가장 행복한 건 우리 딸, 아들이 가면을 쓸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매년 방학 때마다 아이들과 한국을 찾아 한국식 교육을 받게 한다. 손 교수는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자기 의견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왔다고 자랑하고, 미국에 가서는 한국인임을 자랑한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아이들이 가면을 벗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실수했다는 걸 보여주면 다 용서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안전한 들키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친구들을 보면서는 아직 슬프다고도 했다. 손 교수는 "아이들의 친구들을 보면 내가 어릴 때처럼 숨어 있다"며 "한국은 너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면을 여전히 잘 벗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가면을 버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손 교수는 '타고났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 검사를 경계하는 이유다. 손 교수는 "내향적(I)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자신을 내향적이라는 상자에 집어넣게 된다"며 "자신을 평가하는 만큼 이 역시 가면인데도 아이들은 점수화된 지표를 그대로 믿게 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들키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부교수에서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두려워서 4년이나 신청을 미뤘던 적이 있다"면서 "내가 이룬 성과가 평가 과정에서 사실 타고난 덕분이 아니라 노력 덕분이라는 게 들통날까 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다만 모든 가면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가면이 일종의 예의일 수도 있는 만큼 모든 가면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알렸다. 예를 들어 화장한 후에 어떤 것으로 어떻게 화장했다고 스스로 그 가면을 자랑할 수 있다면 그건 오히려 '건강한 가면'이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가면을 썼다는 사실을 숨기는 게 임포스터의 문제"라며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고 들켜도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드러낼 수 있는지다"고 덧붙였다.



리사 손 교수 프로필

▲펜실베이니아대 학사 ▲컬럼비아대 박사 ▲프린스턴고등연구소 방문연구원 ▲컬럼비아대 바너드칼리지 심리학과 교수 ▲주요 저서 <메타인지 학습법>, <임포스터>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