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마다 쏟아낸 특별교부세 확보 소식
행안부 "특별교부세, 지자체가 신청하면 행안부가 심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XXX 의원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안전을 높이는 현안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OOO억원을 확보했다."
13일 여야나 선수,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의원실마다 지역구에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원실들이 제공한 보도자료는 해당 사업명과 이번에 받게 된 특별교부세가 얼마인지와 함께 "풍성한 국고 확보 쾌거", "앞으로도 특별교부세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등 의원들의 자평, 각오 등이 담겼다.
자료만 보면 의원들이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 끝에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학계의 연구 등을 종합해보면 의원들의 ‘치적’은 실적에 대한 생색내기 보다는 숟가락 얹기에 가깝다.
어떤 일이 있는 것인가
여야, 선수를 가리지 않고 의원실들은 최근 며칠 사이에 이번에 행안부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쏟아내듯 내놓고 있다. 경관 개선사업이나 등산로 정비, 그늘막 설치, 지역 주민 체육시설, 도로 정비 및 개선, CCTV 설치 교각 등 보수 공사 등 지역의 숙원 또는 필요 사업에 중앙정부가 수억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예산이 지원됐다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의원실들이 ‘홍보’한 특별교부세 규모는 수억원에서 100억원을 넘기도 한다.
이런 보도 등이 최근 쏟아지는 것은 최근 행안부가 특별교부세 배분을 마쳤기 때문이다.
주민들로서는 지역 현안 관련 예산이 확보된 만큼 시설이 개선되고, 지역 경기에도 도움이 되니 좋은 일이다. 더욱이 특별교부세는 중앙정부의 한정된 예산인데,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 내가 사는 지역에 ‘따낸 것’이라니 지역민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주민들의 대표인 의원들로서도 지역구에 예산이 확보된 만큼 지역 현안을 챙겼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이다.
특별교부세란
이 돈은 어디서 온 것일까. 지방정부는 매년 지방교부세로 내국세의 19.24%를 정부로부터 받는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의 부족한 경비를 채워주고, 자치단체마다 재정력에 차이가 지자체의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배분되는 예산이다. 이 가운데 100분의 97은 보통교부세로 지급되는데, 나머지 100분의 3은 특별교부세가 된다. 최근 특별교부세는 내국세 규모에 따라 1조원에서 2조원 사이를 오간다.
이번에 의원들이 앞다퉈 홍보에 나선 예산은 이 특별교부세 가운데서도 지역 현안 관련 예산이다. 이 가운데 40%가 지역현안 수요 목적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국가시책사업이나 재난대책 등으로 활용된다.
지역현안에 쓰이는 교부세는 사실 국회의원이 신청하거나 하는 예산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행안부에 교부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행안부는 이를 토대로 효과성과 필요성, 시급성 등을 두고 판단한 끝에 대상 사업이 선정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교부세는 해마다 2~3번가량 나눠 지급되는데 올해는 연초에 나간 뒤에 지방선거 일정 등을 피해 이번에 나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님의 정치력 덕분?
문제는 과연 이 특별교부세가 ‘의원이 중앙정부에 영향력을 써서 관련 예산을 타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예산 확보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특별교부세를 배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문가, 학계에서 논란이 있었다. 여당 소속 의원이나 다선(多選), 행안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더 많은 예산을 차지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별교부세가 힘 있는 정치인들이 쟁취하는 예산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앙정부의 쌈짓돈이 될 수 있었던 특별교부세는 점차 전체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고 제도 역시 투명성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현재는 사실상 누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학계나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별교부세 배분 방식에 대해 연구들이 그동안 진행됐는데, 최근 연구 추세는 여당이나 다선, 행안위 소속 등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이나 다선,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 지역구라고 특별교부세를 더 많이 받는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관련 연구(‘정치적 영향력이 특별교부세 배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장 특성을 중심으로’)등에 따르면 "특별교부세 배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기존 연구에 비해 낮아졌다"며 "(과거) 보다 합리적인 배분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설명도 비슷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교부세는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 심사를 하는 구조"라면서 "국회의원이 지자체에 협의할 수는 있는데 이 예산을 두고 행안부와 직접 얘기가 오가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특별교부세와 관련해 국회의원의 압력이나 로비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 뜨는 뉴스
또 이 관계자는 "지역별로 특별교부세가 결정되는 규모는 해마다 연초에 국회에 보고된 뒤 공개된다"며 "규모는 해마다 현안에 따라 결정돼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