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나오자 '총·방패' 들고 관광객 통제
시진핑 3연임 확정할 20차 당대회 앞두고 방역 강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수준의 방역"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경찰이 총과 방패를 들고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일이 벌어져 현지에서 논란이다.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강화하고 나선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남부 관광지인 윈난성 시솽반나 다이족 자치주의 징훙시는 지난 3일부터 시 일부를 봉쇄한 데 이어 관광객들이 머무는 호텔에서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 유명 관광지인 시솽반나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를 맞아 관광객들이 대거 몰린 바 있다. 그러다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솽반나 징훙시는 봉쇄를 단행하고 관광객들의 이동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봉쇄된 시솽반나 공항에선 총을 들고 무장한 요원과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살벌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흰 방호복을 입은 요원이 총과 방패를 들고 시민들을 통제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일반적으로 공항에서는 직책에 따라 일부 안전 전문 요원들이 총을 소지하지만, 테러 등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닌 방역 통제를 위해 총을 동원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관광객은 "당신은 총으로 당신들의 인민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다른 관광지인 후난성 장자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자제는 지난 6일 코로나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서 도시 일부 지역을 봉쇄했다. 이어 감염 확산 방지를 이유로 철도와 공항 등도 모두 폐쇄했다.
또한 관광객 수백명의 코로나19 방역용 스마트폰 건강코드가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이동이 전면 통제됐다. 중국의 건강코드는 녹색과 황색, 빨간색으로 구별된다. 이때 건강코드에 녹색이 뜨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황색은 공공장소 출입과 대중교통 이용이 통제되고, 빨간색은 격리 대상이다.
이에 관광객을 비롯한 시민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한 관광객은 "300여명이 공항에서 비행기도 타지 못한 채 10시간 이상을 기다렸다"며 "자비로 3일간 더 머물며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건강 코드가 바뀐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SNS에는 건강코드가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한 주차장에서 갇혀버린 시민들의 모습이 잇따라 올라왔다. 다른 관광객들은 13도의 쌀쌀한 날씨에 장자제 서부 기차역 밖에서 5시간가량 대기해야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부는 이동금지를 무시하고 장자제 시청으로 몰려가 항의를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매체는 대부분 지방 정부가 곧 열릴 당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을 중요한 정치적 임무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무력까지 동원해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봉쇄된 주민 사이에서는 우려와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매체는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수준"이라며 중국 정부의 과도한 방역을 지적하기도 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