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킹달러'에도 불구하고 매수한 종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2차전지 등으로 이 중에서도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은 종목들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던 8월31일부터 9월 5~6일까지 외국인들이 꾸준히 매수했던 종목들은 자동차, 2차전지, 화학, 태양광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이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70원을 돌파한 지난 5일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현대차가 꼽혔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31일부터 9월6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현대차를 사들였는데, 31일 283억3600억 원에서 1일 130억400만 원, 2일 193억7700만 원, 5일 365억1600만 원치 사들였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693억 원치 순매도한 점에 미뤄볼 때 이같은 순매수 규모는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이어 6일에도 105억9100만 원치 순매수하며 환율이 5거래일 연속 총 978억 2400만 원치 사들인 셈이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매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8월 31일 환율은 1337.60원으로 마감했는데, 장중 1,352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어 9월 1일에는 1352.9원에 마감, 9월 2일 1362.6원, 5일 1371.4원, 6일 1371.7원에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날 종가는 금융위기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을 4거래일 동안, 각각 572억4000만 원, 752억 5900만 원치 사들였다. 이외에도 기아, 삼성SDI, LG 에너지솔루션 등도 이 기간 동안 각각 699억 1300만 원, 466억 3400만 원, 1,112억 5800만 원치 사들였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킹환율'에도 꾸준히 사들인 종목들은 대미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데다,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은 종목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5대 주요 품목 중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등의 수출은 역대 8월 중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이차전지 수출액은 역대 1위다. 1년 전과 대비해서는 자동차는 35.9%, 이차전지는 35.7% 각각 증가했다. 3분기 전망도 밝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전통적 비수기로 자동차업종의 국내공장 조업일수는 감소 중이나, 공급망 회복 기조가 나타나며 현대차가 전년동기대비 13%, 기아가 같은 기간 2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4분기의 경우 볼륨 반등이 본격화되며 강한 이익모멘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중호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는 상황은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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