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낚싯바늘에 걸린 달러 향하는 아기
빌보드 선정 '역대 50대 앨범 표지' 순위 7위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미국의 록밴드 너바나의 앨범 표지에 실린 갓난아기가 성인이 돼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또 기각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은 너바나가 발표한 '네버마인드(Nevermind)' 앨범 표지 속 아기인 스펜서 엘든(31)이 너바나 멤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심청구를 2일 기각했다.
1991년 너바나 앨범 '네버마인드' 표지에 생후 4개월 때 찍은 알몸으로 잠수하는 사진이 실린 엘든은 서른 살이 된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생존해있는 너바나 멤버와 1994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리더 커트 코베인의 부인인 코트니 러브 등 피고소인 총 15명을 상대로 각각 최소 15만달러(약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엘든의 주장은 해당 사진이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아동 포르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앨범 표지 속 생후 4개월 된 엘든은 알몸으로 수영을 하고 있다. 성기가 노출된 데다 합성 이미지로 낚싯바늘에 걸린 달러를 향하는 모습으로 연출해 자신을 마치 성 노동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부모가 사진 사용에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이로 인해 자신이 평생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엘든의 주장에 피고소인들은 오히려 엘든이 '네버마인드' 표지 속 주인공인 것을 자랑하고 다녔기에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엘든이 가슴에 '네버마인드' 문신을 새기고 앨범 표지에서처럼 수영하는 사진을 찍었던 사실 등을 예로 들었다.
피고소인들은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의 예술작품을 선정적인 누드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1994년 판례도 기각 신청 근거로 제시했다.
엘든은 작년 소송을 제기하면서 앨범에 실린 알몸 사진 때문에 평생 지속적인 고통을 받았기에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엘든이 본인의 알몸 사진이 너바나 앨범 제작에 사용된 것을 안 시점으로부터 이미 10년 넘게 지나 공소시효가 만료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1991년 발매된 네버마인드는 전 세계에서 3000만 장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낚싯바늘에 걸린 1달러짜리 지폐를 향해 헤엄치는 아기의 모습을 담은 표지는 자본주의를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앨범의 표지는 빌보드지가 선정한 '역대 50대 앨범 표지' 순위에서 7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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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너바나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밴드였다. 너바나는 이 사진의 사용료로 엘든의 부모에게 200달러(현재 환율로 약 27만 원)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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