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 고문으로 합류…김한뫼 엠오아이워치 대표 인터뷰
"기술력 정교해진 中 짝퉁 시계 30년 전문가도 감정 어려워"
"시계 장사 30년을 해도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산 가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김한뫼 엠오아이워치 대표는 중국의 가품 제조 기술력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 짝퉁 시계는 티가 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랜 시간 시계를 매매하고 수리하는 이들도 감정이 어려운 수준의 가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중국 가품 제조 기술력은 성장하고 있는 중고 명품시계 거래 시장을 교란한다. 진품인 줄 알고 샀는데 가품인 경우는 물론 판매자도 진품인 줄 알고 내놨던 상품이 나중에서야 가품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자칫 손을 놨다가는 요지경 속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명품 시계 감정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표를 최근 고문으로 영입한 이유다. 번개장터가 역삼동 센터필드에 마련한 중고 명품거래 매장 ‘브그즈트 컬렉션’에서 그를 만나 중국 가품 제조 기술력과 중고 명품시계 거래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김 대표는 "중국 공장들도 가품이 잘 팔리다보니 서로 경쟁을 하면서 스위스 기술자를 스카웃하는 등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며 "이제는 각 공장들에서 한 브랜드의 특정 모델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께를 전후로 중국의 가품 생산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 중국 가품 시계 제조 프로세스를 보면 한 공장에서 외관이나 케이스를 만들고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는 다른 곳에서 가져와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조립한 제품은 시계를 좀 다루는 사람이라면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공장에서 무브먼트까지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게 돼 구분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품 시계에 정품 부품을 넣은 시계까지 나오면서 부품만을 보고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품이 국내에 어느 정도 들어오고 있을까. 김 대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서 가품 시계를 도매로 떼다가 몰래 들여와 파는 보따리상의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이제 개인들이 직구로 구매한 가품들이 국내 시장에 풀리고 있다. 김 대표는 "운동화 같은 다른 상품으로 위장해 개인 소포로 중국 가품 시계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어느 정도 가품이 유통되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정품 시장의 10배의 물량이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베이가 최근 중고명품 시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품 시계 물량도 더욱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중고 매장이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가격 경쟁력 앞세운 가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번개장터와 손을 잡은 데는 이렇게 시장에 ‘짝퉁’이 판을 치지만 이를 가려낼 전문가는 부족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계 감정이라는 분야는 기존에는 수리나 매매를 하던 이들이 경력에서 나온 노하우로 하는 정도였다. 전문적이지 못한 감정도 허다했다. 김 대표도 시계를 만들면서 감정 기술력 갖추게 됐다. 하지만 중국 제조 공장에 직접 가서 파악하고 스위스에서 만드는 것과 차이를 정리하는 등 감정 기술을 체계화하고 전문 기술을 개발했다. 시계 감정 기술을 학문의 단계까지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계 감정 중에서도 특수 정밀 감정 기법에 보다 특화된 전문성을 보유한 그는 한국명품감정원의 전문 시계 감정 자문이자 시계 감정 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15년간 1000여 명에 이르는 시계 수리·감정 교육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시계 감정은 외관을 보는 1단계와 분해해서 안의 구성품을 보는 2단계 작업으로 나뉜다. 부품 몇 개로 가품 여부를 알 수도 있지만 전부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분해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아 시계를 뜯지 않고도 감정을 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김 대표는 "번개장터 내부 직원들 교육에 주력해 감정 역량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감정은 배워서 1~2년 해서는 어렵다. 우선은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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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번개장터에서 이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중고 시계를 거래할 수 있도록 시계 감정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발휘해 안전한 시계 거래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올해는 번개장터 내부 감정사와 판매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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