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일본 언론이 자국민의 영어 실력을 두고 주변 아시아 국가보다 더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일본 내 영어 교육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뉴스위크재팬은 세계화 시대에 영어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영어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선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시험인 토플(TOEFL) iBT의 국가별 평균 점수를 근거로 들었다. 매체에 따르면 토플 iBT의 세계 평균 점수는 2006년 79점에서 2020년 87점으로 상승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영어 실력이 해마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국가별 평균 점수를 보면 한국(86점)을 비롯해 중국(87점)과 대만(85) 등이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73점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비교적 낮았다. 평균 점수와도 10점 이상의 차이가 난 셈이다.
이는 영어 회화를 조심스러워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영어를 어설프게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다 보니,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어 발음과는 거리가 있는 이른바 '재플리시'도 영어 실력의 향상을 막는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재플리시는 일본(Japan)과 영어(English)의 합성어로, 영어권 국가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일본식 영어를 의미한다.
아울러 매체는 일본의 영어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교육을 언급하기도 했다. 매체는 "한국은 1997년부터 영어 교육 개혁에 착수해 목표를 높였다"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교육이 시작되면서 학습 시간도 늘어나고 내용도 고도화하면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중학교 영어 교과서는 일본과 비교해 3배 이상 두껍다"며 "이는 한국 중학생이 1년간 일본 학생의 3년치 학습량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의 영어 수업은 문법 위주의 부자연스러운 영어가 아닌, 원어민 전용으로 작성된 책이나 텍스트에서 가져온 것들 중심이라 실용적"이라며 "일본보다 수준급의 실용 회화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년전만 해도 일본처럼 영어를 잘 못한다고 알려졌던 한국이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홍콩에 버금갈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사내 공용어를 영어로 지정한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종합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라쿠텐 그룹은 2012년부터 직장 내 모든 업무를 영어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각종 문서부터 회의까지 모든 업무에 영어를 사용하는 식이다.
앞서 2015년 자동차 기업 혼다도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2018년 글로벌 본사와 시세이도재팬에서 일하는 250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삼겠다고 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일본 관광객의 구매 수요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영어 의사소통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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