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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뇌건강⑤] "텃밭 가꾸며 자연 느끼고"…달라지는 치매 요양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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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대기 줄서는 남양주 해피트리요양원
"자연의 치료효과 느끼도록 꾸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케어팜' 조성 목표도

[100세 뇌건강⑤] "텃밭 가꾸며 자연 느끼고"…달라지는 치매 요양시설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해피트리요양원 내 텃밭에서 이화숙 할머니가 참외와 오이, 토마토 등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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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그 수박 오늘 드실래요? 너무 작아서 좀 더 키우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어르신, 고추는 매운 것도 있어요. 점심에 드시려면 안 매운 걸로 따세요."


수도권에 쏟아지던 폭우가 잠잠해진 지난 12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에 위치한 해피트리요양원 정원 텃밭에 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이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채소를 따러 나왔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상추, 아욱, 열무, 얼갈이배추부터 고추, 가지, 파, 오이 등이 며칠 새 쑥 자랐다. 무성한 푸른 잎들 사이에서 김모 할머니가 노랗게 익은 참외를 연달아 찾아내자,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서 있던 박모 할아버지가 주먹 크기밖에 안 되는 수박을 딸까 말까 망설였다.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움직이는 최모 할머니는 말도 없이 텃밭 가장자리에서 가지와 풋고추를 따서 부지런히 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장공자 원장은 "여기서 유기농법으로 농사가 가능할지 보려고 직접 경북 상주에서 모판을 가져와 심고 미꾸라지와 우렁이도 넣어놨다"며 한 평 남짓하게 조성한 생태텃논을 자랑했다.


아파트와 생활편의시설들이 즐비한 주거지역 상가 10층에 위치한 이 요양원은 탁트인 주변 환경과 넓은 테라스형 정원 덕분에 늘 입소대기자가 있을 만큼 치매환자 보호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요양원 공동생활 공간과 방마다 커다란 창밖으로 천마산 자락이 펼쳐지고 실내보다 더 넓은 정원이 연결돼 있어 답답함이 없다.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외에도 어르신들이 낮에 산책하며 햇볕을 쬐고, 식물이나 농작물을 가꾸며 소일거리를 할 수 있도록 바깥공간을 꾸며놨다. 가벼운 치매를 앓고 있거나 인지지원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은 직접 손을 움직여 작물을 가꾸고, 수확한 과일을 맛보거나 직접 딴 호박이나 부추를 넣어 부침개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주간보호센터와 이웃해 있는 요양원 입소 어르신들은 대부분 치매와 함께 당뇨나 고혈압, 뇌경색, 파킨슨 등 노인성 질환들을 앓고 있다. 혼자서는 거동이 힘에 부쳐 이동할 때면 반드시 요양보호사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날 오후 요양원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체조도 그늘이 드리운 정원에서 진행됐다. 반짝이는 빨간색 공연복을 입은 노래강사가 무선마이크를 달고 ‘섬마을선생님’ ‘굳세어라 금순아’ 등 옛 가요를 구성지게 부르며 율동을 시작하자, 서른 명의 어르신들도 따라서 손과 팔, 어깨를 흔들고 가슴과 배를 두드렸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꽃무늬 블라우스에 모자까지 쓰고 나온 전모 할머니는 체조보다도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장 원장은 10여년 전 같은 건물 6층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다 2300여㎡(약 700평) 규모의 꼭대기층이 매물로 나오자 얼른 사들였다. 어르신들이 더 널찍널찍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북유럽의 치매 요양시설들을 견학하고 온 뒤에는 아예 교외 더 넓은 자연으로 나가 노인들을 위한 주거복지시설(양로원)과 의료복지시설(요양원), 여가복지시설(경로당) 등을 짓고 가족이나 외부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텃밭과 정원, 카페나 식당 등을 갖춘 ‘케어팜’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미 인근에 약 2만3000㎡(약 7000평)의 대규모 부지도 매입한 상태다.



장 원장은 "지금 우리 요양원도 최대한 초록빛 자연이 주는 치료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놨지만 어쨌든 외부 세계와는 단절된 공간일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이 언제든 찾아와 만날 수 있고, 지역주민들도 오가다 한 번씩 들르고, 다른 지역 어르신과도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어르신들이 남은 생을 좀 더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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