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50년새 피해 건수 10배로 급증"
특히 올해 상반기 '기록적' 산사태 피해 발생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ㆍ홍수 빈발, 무분별한 삼림 벌채와 도시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산사태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칠레에서 무분별한 광물 채취로 인해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공포를 주는 등 점점 인류에 대한 지구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전세계적으로 기록적인 산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1~2월 새엔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특히 심했다. 콜롬비아 도스케브라다스에서 14명이 주택에서 산사태에 깔려 숨졌고, 에콰도르 키토 지역과 브라질 페트로폴리스 지역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나 각각 24명, 22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4~6월에도 필리핀 필라 지역,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지역, 브라질 헤시피 지역, 방글라데시 등에서 수백명이 이같은 사고로 숨졌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산사태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평균 4500명 선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간 경제적 피해는 총 200억달러에 달해 홍수의 4분의1에 달한다. 특히 지난 50년새 이같은 산사태로 인한 인명ㆍ재산 피해 발생 건수는 10배 이상 더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산사태 급증이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도시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피해가 큰 산사태의 89% 이상은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데 보통 사이클론이나 몬순 등이 지나가면서 폭우가 내릴 때 산사태를 동반한다. 문제는 금세기 말까지 이같은 열대성 태풍들의 강도가 평균적으로 2배 이상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산사태 등의 피해도 덩달아 대폭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열대 지방 저소득 빈곤국가들에서 급격하고 무계획적인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네이처에 따르면, 아프리카 시에라 리온의 도시 '프리타운'의 인구는 2000년 이후 거의 두 배 이상 늘어난 12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변두리의 언덕과 침수지 등 위험한 지역에 허름한 무허가 주택을 짓고 살아간다. 특히 규제되지 않은 삼림 벌채, 사면 절단 및 가정용 배수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산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빈부 격차에 따른 불균형한 피해를 끼친다. 예컨대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경우 2004년 이후 산사태로 사망한 사람들 중 81%가 빈민가 또는 무허가 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살던 지역에서 일어난 산사태는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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