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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분풀이하는 중국…하필 '모래' 수출 중단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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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자재부터 반도체 원료까지 폭넓게 쓰여
공급 뚜렷한 한계…中·대만 '모래 쟁탈전'까지

대만에 분풀이하는 중국…하필 '모래' 수출 중단한 이유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 이후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으로의 '모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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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 이후, 중국은 대만에 군사·경제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만 해협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대만산 과일·어류·가공식품 등을 무더기로 수입 중단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천연 모래'의 대만 수출이 금지돼 관심이 쏠린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수많은 교역품 중 하필 모래가 1순위 제재 품목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대만, 과거에도 모래 둘러싸고 갈등


모래가 양국 사이 갈등의 진원지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2006년 말에도 환경·천연자원 보호를 이유로 대만으로의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당시 대만의 중국 모래 수입 의존도는 무려 99%에 달했고, 갑작스럽게 공급이 끊기자 모래를 원료로 하는 산업들이 피해를 봤다.


중국은 약 2년 뒤인 2008년 3월 대만을 향한 모래 수출을 재개했으나, 한 번 막대한 피해를 본 대만 경제 당국은 중국 모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대만 광산국은 자국 하천, 저수지 등에서 모래를 퍼 올려 자체 수급 노력을 기울였고, 수입처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변화했다. 2020년과 2021년 대만의 수입 모래는 각각 45만 톤(t), 54만t이었으며, 이 중 중국산 비중은 7만t, 17만t으로 전체 수입량의 15~30% 수준까지 감소했다.


건축 자재부터 반도체까지…'모래'가 핵심 원료


해변, 강기슭, 하천 등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모래는 다양한 제조 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대표적으로 콘크리트와 유리의 구성 원료로 쓰이며 시멘트와 섞어 건축용 회반죽도 만든다.


대만에 분풀이하는 중국…하필 '모래' 수출 중단한 이유는? 모래에서 추출한 정제된 규소 조각. 규소를 녹여 실리콘으로 만들 수 있다. /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자연적인 풍화 작용으로 형성된 천연 모래에는 이산화규소가 굳어져 결정화된 광물인 석영이 함유돼 있다. 이산화규소는 가루형 가공식품, 치약, 방습제 등 온갖 소비재의 원료가 된다. 특히 규소로 만든 공산품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실리콘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모래에서 규소를 추출해 실리콘 잉곳(기둥)을 만든 뒤, 이것을 얇게 절삭해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생산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통해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을 국책 과제로 선정했으며, 대만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칩 위탁생산업체 TSMC를 보유한 대표적인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모래를 두고 두 나라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인 셈이다.


산업체의 모래 수요는 무궁무진하지만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흔해 보이는 모래일지라도 매년 수십만t 단위로 채취하면 바닥을 드러내며,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대만에 분풀이하는 중국…하필 '모래' 수출 중단한 이유는? 모래를 지나치게 파낼 경우 생태계 파괴의 위험이 있다. / 사진='바이두' 캡처


일례로 중국 최대의 담수호인 포양호는 과도한 모래 준설로 인해 땅의 형태가 바뀌면서 물의 흐름이 변화해 수위가 낮아졌고, 300여종에 이르는 철새들이 멸종 위기에 몰렸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포양호에서의 모래 채취 활동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모래 두고 쟁탈전 벌이기도


이렇다 보니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는 '모래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의 모래 채취용 선박이 대만 해협의 바닷모래를 '도둑질'하는 방식이다.


대만에 분풀이하는 중국…하필 '모래' 수출 중단한 이유는? 지난해 대만 마주섬에서 불법 준설한 바닷모래를 다시 분출하는 중국 준설선의 모습 /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은 꺾인 빨대처럼 생긴 긴 관으로 해저에 가라앉은 모래를 빨아들이는 '모래 준설선'을 다수 운용하는데, 지난해 중국 소속 준설선 수 척이 대만 마주섬에서 대량의 모래를 불법 준설하던 중 대만 해상경비대에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 웬 대만 민주진보당 의원은 일본 경제전문매체 '니케이'와 인터뷰에서 "(모래 준설이) 선전포고 행위는 아니지만 대만 시민들을 괴롭히려는 의도"라며 "마주섬 주민들을 화나게 하고 대만의 해안가에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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