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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 next] 4兆 외화송금 미스터리...'김프' 노린 환치기부터 北연루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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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프' 활용한 환치기 가능성 유력
대북제재 후 가상화폐 노리는 北…국내서 현금화 시도했을 가능성도
대북송금·불법정치자금설엔 "개연성 떨어져"

[why & next] 4兆 외화송금 미스터리...'김프' 노린 환치기부터 北연루설까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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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4조원대 이상외화송금 사건을 두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지속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환치기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검찰·국가정보원까지 실체규명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일각선 추론 수준이나 불법자금세탁설, 대북(對北) 송금설까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은행에서 지난해 2월부터 약 17개월간 발생한 ‘수상한’ 외환송금 거래액은 33억7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에 이른다. 당초 두 은행이 보고한 2조5000억원을 한참 뛰어넘은 수준이다. 국내 가장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로 인출된 이 자금은 다수의 개인계좌를 거쳐 22개 무역법인(중복제외)의 법인계좌로 이동됐고, 다시 수입대금을 송금한다는 명목으로 시중은행을 거쳐 4개국(홍콩·일본·미국·중국) 해외법인으로 반출됐다.


거래 과정엔 수상한 지점들이 많아 의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우선 이들 22개 법인은 신한은행에선 11개 지점을 통해 17개월 간 1238회, 우리은행에선 5개 지점을 통해 13개월간 931회씩 외화를 송금했다. 통상적인 수입대금 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why & next] 4兆 외화송금 미스터리...'김프' 노린 환치기부터 北연루설까지…


돈을 주고 받은 기업들의 면면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송금한 22개 업체의 업종은 귀금속, 화장품, 여행업, 도·소매업 등으로 다양했지만 대부분 조(兆) 단위 대금을 송금하기엔 영세한 신생기업이었다. 그중 한 곳은 지난해 4월 설립됐고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했다. 일부는 소재지를 공유오피스나 공동주택(아파트)으로 표기한 곳도 있었다.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대표·임원을 겸임하거나, 특수관계인이 대표인 기업에 송금을 한 사례도 발견됐다.


특히 이들 기업은 대부분 신용장 없이 송장(invoice)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사전송금’ 방식으로 수 백 회에 걸쳐 자금을 송금했다. 시중은행서 외환거래업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200억~300억원도 아니고 1회에 수십 억원 정도를 송금한 것이라면 크게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의심이 간다고 해도 본점이 아닌 지점 차원에선 릴레이션십 매니저(RM·Relationship Manager)를 파견하는 정도인데 의무도 아닌데다 실질적으로 가서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사건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한·우리은행을 포함, 국내 모든 은행들이 금감원에 신고한 이상 거래 의심 사례는 총 53억7000만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 사례들을 검토해 본 후 필요하면 검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안이 확대되며 금융당국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와 국가정보원까지 실체규명에 착수했다.


다만 실체 규명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자금원을 확인하려면 결국 외화를 송금받은 해외법인과 그 배후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다시 세탁했을 가능성이 높아 추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테러 등 자국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사건이 아니라면 타국과의 공조 수사도 속도를 내기 어렵고, 특히나 대부분의 자금이 대부분 흘러들어간 홍콩·중국 등은 수사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 지역들"이라고 전했다.


◆ '김프' 노린 환치기?

이 수상한 자금과 관련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환치기’다. 국내 가상자산 시세와 해외 시세의 갭(gap)을 의미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에서 유입된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에서 현금화되고, 다시 무역 거래의 형태를 가장해 해외로 반출된 것이 아니냔 해석이다.


한국은 일일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약 14조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이 매우 커 타 국가에 비해 가상화폐 시세가 높게 나타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잦다. 더더군다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제도가 오는 2025년까지 유예되는 등 법외 성격도 짙어 시세차익과 환치기를 동시에 노린 해외 투기세력이 가담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단 평가다.


업계 및 전문가들도 이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지난 2017년 김치프리미엄이 50%에 육박했을 때도, 지난해 20%에 달했을 때도 국내·외를 망라한 환치기 사건이 많았던 게 사실”면서 “(환치기 설은) 개연성이 충분한 얘기로,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됐는데도 이를 예방할 수단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도 중국계 자금의 현금화·환치기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지난해부터 중국이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채굴을 금지하면서 제3국을 통한 현금화 시도가 크게 늘었다”면서 “한국은 일일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14조원에 이를 정도로 유동성이 크고, 김치프리미엄도 형성돼 있어 이들 세력에겐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도 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엄일용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장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이상 외화송금거래가 많아진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난해 (하나은행 등 제재 당시) 경우를 보면 김치프리미엄이 커지는 등 차익이 커졌을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금세탁?…일각선 대북송금설까지

불법도박자금, 불법정치자금 등 국내·외 ‘검은돈’을 세탁한 것이 아니냔 해석도 있다. 이번 사건은 ‘무역기반 자금세탁(TBML)’과 그 형태가 유사하다. TBML은 다양한 국가·이해관계자가 관여하는 무역거래의 특성을 활용해 자금세탁에 활용하는 범죄다. 관할권이 여러 국가·기관에 나누어져 있고 수출업자, 수입업자, 운송업자, 은행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분업하는 무역의 특성상 불법자금세탁방지 심사(AML), 고객확인(CDD), 강화된 고객확인(EDD) 과정에 빈 틈이 많은 만큼 자금세탁기법 중에서도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이번 사례도 비슷하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로 환입됐다고 가정하면, 이게 수백 차례 현금화 과정을 거쳐 원화로 인출되고 ‘대포법인’에 가까운 영세·유령법인을 통해 다시 무역 거래 대금 명목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한 때 TBML 범죄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형태로 보인다”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무역대금에 대해선 레퍼런스 체크를 상당히 많이 하는데, 이번 사례는 현재까지 법외 영역인 가상자산이 끼어있다 보니 다소 복잡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선 아직까진 ‘추정’의 영역이지만 대북(對北) 연관설도 제기된다. 북한이 중국 현지의 개인이나 업체를 매개로 채굴 또는 탈취한 가상자산을 국내에서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회수한 것이 아니냔 해석이다. 최근 국정원도 이번 이상 거래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이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업무보고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해외송금액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조사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기도 했다.


경제 제재로 외화벌이가 막힌 북한은 지난 수년간 가상자산 채굴·탈취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북한이 불법으로 취득한 가상자산이 15억 달러(약 1조96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상당수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수호 대외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유엔(UN) 차원의 제재 대상이 되다보니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전까진 중국을 통해 현금화를 진행했는데, 중국이 역외 자본유출을 우려해 가상자산 거래 및 채굴을 금지하면서 타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권위주의 국가들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많고, 더러는 미국 거래소에서 환전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경우 송금을 중개한 은행이 미국의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단 점이다. 미국

이 지난 2016년 도입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 뿐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단체까지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은행으로선 걸려들 경우 존망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떤 근거나 용의점이 드러난 것은 없으나, 현재 검사를 받고 있는 한 금융기관에선 대북용의점이 나왔는지에 대해 (금감원 등에) 반복해서 확인할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물론 이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고,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대북제재로 계좌거래가 불가능한 북한의 상황상 자금이 실물화폐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커 추적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북연루설을 포함한 자금세탁설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홍 교수는 “불법자금을 세탁하려는 의도라면 가능성이야 있겠으나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가 굉장히 떨어진다”면서 “자금세탁을 하려면 선물 거래 등 더 빠른 선택지도 있고, 가상자산을 활용한다 해도 국내보단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진행하는 게 보다 안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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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론 대북송금설, 불법정치자금설 등의 음모론도 횡행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여권 한 관계자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일축했고, 금융권 관계자 역시 “북한이 자체로 보유한 코인을 중국을 거쳐 국내에서 환전해 가져갔다고 하면 모르지만 그다지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지난 3월부턴 트래블 룰(Travel rule·가상자산사업자가 100만원 이상 거래가 발생할 때 송·수신인 신원정보를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이 도입돼 있어 국내에서의 거래 흐름은 숨기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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