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골프 '헐크' 디섐보와 '메이저 사냥꾼' 켑카 가세, 남아공 2개 대회 우승 '초강세', 불붙은 법정 싸움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앞세운 LIV 골프는 빠르게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과 양분하고 있던 남자 골프 판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LIV 골프는 30일(한국시간)부터 사흘 동안 미국 뉴저지주 배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장에서 인비테이셔널 3차 대회를 치른다.
◆ ‘미풍에서 돌풍으로’= 당초 골프계는 LIV 골프가 정식 투어로 정착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단발성 이벤트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첫 대회때만 하더라도 필 미컬슨(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리 웨스트우드, 이언 폴터(이상 잉글랜드) 등 전성기를 지났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나마 전 세계1위 더스틴 존슨이 눈에 띄었다. "알맹이가 없다", "돈 떨어진 퇴물들의 잔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이 자말 카슈끄지 피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선수들이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배경이다.
하지만 대회가 거듭되면서 월드스타들이 오일머니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에 수백억원이 넘는 우승상금으로 유혹했다.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이 합류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디오픈 챔프’ 캐머런 스미스, 역대 마스터스 챔프 출신인 애덤 스콧(이상 호주)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이적설에 휩싸였다.
여기에 LIV 골프 측은 공세의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주최측은 올해 8개인 대회 수를 내년에는 14개로 늘리고 총상금도 4억500만달러(약 53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남아공 초강세’= LIV 골프는 개인전 2000만 달러와 단체전 500만 달러 등 매 대회 총상금 2500만 달러의 ‘돈 잔치’다. 꼴찌를 해도 12만 달러를 받는다. 딱 48명만 ‘컷 오프’ 없이 3라운드를 소화하고, 드래프트 방식으로 12개 팀을 만들어 단체전까지 곁들인다. LIV 골프는 전세계 투어 확장이 목표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하고 있는 이유다.
LIV 골프는 남아공 선수들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달 12일 잉글랜드 런던 센추리온골프장에서 치러진 개막전에서는 찰 슈워젤(남아공)이 초대 챔프에 등극했다.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는 지난 3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펌킨리지골프장에서 끝난 인비테이셔널 2차전에서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남아공 군단’이 LIV 골프 간판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 ‘불붙은 법정 싸움’= PGA투어와 DP월드투어는 LIV 골프에 합류하는 선수들에게 벌금과 함께 출전 금지 징계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LIV 골프는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다. 인비테이셔널 1차전에 나섰던 DP월드투어 소속 선수 16명은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의 출전 금지 징계를 풀어달라"는 청원서를 DP월드투어 사무국에 제출했고, 징계가 풀리지 않자 소송을 했다.
영국 법원은 폴터 등이 DP월드투어를 상대로 낸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미국 법무부도 PGA투어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 PGA투어가 LIV 골프로 향하는 소속 선수들의 징계를 한 것이 문제다. LIV 골프 측은 "PGA투어의 징계는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앞세운 횡포이고,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LIV 골프 수장인 그레그 노먼(호주)은 선수들의 법정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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