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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줄었나'…가격 똑같은데 용량만 '슬쩍'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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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줄었나'…가격 똑같은데 용량만 '슬쩍'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세계 각국에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이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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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지구촌을 덮친 고물가 쓰나미로 경제 상황이 얼어붙고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우리나라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까지 확산하며 밥상 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최근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 데이터 기관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다. 지난달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가입국의 4월 소비자물가는 한 달 동안 무려 9.2% 상승했다. 지난 1998년 9월(9.3%) 이후 34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7.8%에서 3월 8.8%, 4월 9.2%로 점차 올랐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더해 오는 5일 발표를 앞둔 6월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 확실시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6월 상승률이 6%를 넘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되고 추석 성수품 수요가 몰리는 7~8월에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지목된다. 장기화하는 전쟁의 여파로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물가 시대에서 기업은 생산비와 인건비 증가 등에 직면했다. 소비자의 구매 심리 위축 우려도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이나 개수를 줄이는 식의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현상은 기업이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채택해온 방식이지만 최근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시 유행하는 추세다.


지난달 8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화장지 제조업체인 크리넥스는 작은 상자 하나에 담긴 티슈의 개수를 65장에서 60장으로 줄였다. 미국인이 즐겨 찾는 초바니 플립스 요거트 한 개의 용량도 157㎖에서 133㎖로 줄었다. 영국에서 네슬레의 아제라 아메리카노 커피 한 캔은 100㎖에서 90㎖로 축소됐다. 호주에서도 오레오 등 유명 브랜드들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고 나섰다.


인도에서는 빔 식기세척용 비누 한 덩이가 155g에서 135g으로 작아졌다. 지난달 28일 현지 매체 민트에 따르면 인도의 필수소비재(FMCG) 기업들은 최근 치솟는 물가 상황에 대응해 직접적인 가격 인상 대신 팩 크기를 줄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인도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에 더 민감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시골 지역에서 주로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스낵 제조업체인 가루비는 지난달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이유로 상당수 제품에 대해 용량을 10% 줄이고 가격은 아예 10% 올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14년 불거진 이른바 '질소 과자'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질소 과자는 포장지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내용물이 적은 과자를 이르는 말이다. 과자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봉지 안에 질소를 충전하면 과자 포장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이 모습에 빗대 질소 과자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과자 업계는 외환 위기 시절부터 과자 대신 넣은 질소로 원가를 낮추고 가격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과자 양은 줄었지만 똑같은 값에 팔았기에 판매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질소 과자는 불황에 과자 업계가 살아남는 비상 매뉴얼이 됐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러한 기업의 행태에 분노했다. 당시 질소 과자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 2명이 국산 과자 60여개를 묶어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너며 식품업체들의 과대포장을 꼬집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가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기업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나 저항을 피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러한 꼼수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큰 폭의 이익 창출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상승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슈링크플레이션까지 본격화하면 밥상 물가 등에 큰 영향을 받는 서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기업이 교묘하게 줄인 제품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렇게 제품 크기가 한 번 줄어들면 대부분 그 상태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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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소비자를 속이고 공급의 제한을 무기로 이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또 기업의 내용물 표기 의무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더욱 꼼꼼하게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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