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빅스텝,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것 아니야"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이창용 총재 "환율 쏠림현상 일어나면 개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갖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 "물가 하나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직 3주 정도 남았기 때문에 정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선 "쏠림 현상 일어난다면 개입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빅스텝을 할 것이냐는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채권이 많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가계 이자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상의해서 적절한 (인상) 수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여러 고려사항이 있지만 지금처럼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선 추세가 어느정도 진정될 때까지 물가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말까지 한은의 기준금리가 2.75~3%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국제 금융시장이나 유가가 불안정하고,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발표 이후 시장이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게 합리적인지, 또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수준이 5%중반이나 6%를 넘어갈지에 대해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상승세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 대해선 "시장과 전반적인 시각은 3분기 정도에는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이루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다만 전쟁 등 불확실성은 아직 큰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역전 우려가 나오는 것에는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우리와 금리 차가 너무 크면 환율이나 자본유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내외금리 차가 우리나라만 생기는 것인지, 다른 메이저 국가들도 생기는 것인지, 그로 인해 환율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를 살펴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우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일단 중립금리까지 가고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고 하면 그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보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중립금리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개인적으로는 (한은이) 직접 명시적으로 발표하는 건 불가피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만 (환율이) 움직이는지, 다른 화폐와 같이 움직이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우리만의 원인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당연히 개입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금리-환율의 관계나 성장과의 관계 등 조합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 총재는 "5월 금통위 상황보다 경기는 하방 위험, 인플레이션은 상방 위험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가 복합위기'라고 한 것에 대해선 "유가나 전세계 수출, 경기, 환율, 자본유출, 취약계층에 대한 부담이 다 복합됐다는 점에서 복합위기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이 모여 어떤 정책 조합이 가장 바람직한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