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 온라인 중계 주도권 쥔 OTT, 가장 큰 특징은 유료화
쿠팡플레이·티빙, 국가대표팀 경기 독점 생중계
전문가 "당장 OTT에 보편적 시청권 적용하기는 어려워"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 중계가 유료 서비스인 온라인 OTT(Over The Top·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에서도 가능해지면서,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OTT 독점 중계로 이어질 경우, 결제를 하지 못하는 일부 시청자들은 아예 경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여전히 지상파 등 각종 방송 채널을 통해 경기를 시청할 수 있어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없지만, 역시 독점 중계로 이어지면 시청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보편적 시청권은 2007년 개정된 방송법으로 국민적 관심이 큰 주요 스포츠 경기 및 대회를 무료 방송사를 통해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월스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프로축구(MLS·메이저 리그 사커)와 내년부터 2032년까지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계약을 맺었다. 애플은 자사 OTT 애플TV 플러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MLS 전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애플TV+ 가입자가 아닌 경우에도 일부 경기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결국 MLS 시청자 입장에서는 애플TV에 가입하고 유료 결제를 해야 제대로 된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중계권 입찰에는 아마존을 비롯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등 15개 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집이나 고정된 자리에서만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또 내가 원하는 장면까지 볼 수 있는 OTT 서비스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는 셈이다.
앞서 아마존도 지난해 미국프로풋볼리그(NFL)와 자사 OTT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시즌당 15경기를 방영하기로 계약했다. 또 목요일 경기인 '서즈데이 나이트 풋볼'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스포츠 리그의 경기 중계권이 국가 또는 지역별로 따로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포츠 경기 중계권에 뛰어든 기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스포티비의 OTT ‘스포티비 나우’는 2018-2019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의 중계권을 확보해 독점 생중계하고 있다. 스포티비 구독 시 월정액은 상품에 따라 7900원~1만4900원 사이다. 포털 생중계를 통해 누구나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해외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 중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펼쳐진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4경기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쿠팡플레이는 국가대표팀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남자농구 월드컵 예선전, 3월에는 테니스 국가대표팀의 '테니스 월드컵'으로 불리는 데이비스컵 최종예선 경기를 독점 생중계했다. 쿠팡플레이 구독 시 월정액은 4900원이다.
그런가 하면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도 국가대표팀 경기 온라인 중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티빙은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 AFC가 주관하는 4년간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지난 3월 끝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은 티빙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이달 18일부터는 황선우 등 남녀 수영 국가대표 출전하는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를 독점 생중계할 예정이다. 티빙 구독 시 월정액은 상품에 따라 7900원~1만3900원 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OTT에도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정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고 유료화를 했을 경우, 시청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청권 개념도 달라졌고 아직 종합편성채널(종편)등을 통해 경기를 시청할 수 있어, 큰 문제는 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유료화 서비스인 OTT를 통해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한다면,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동혁 스포츠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콘텐츠는 돈을 내고 봐야 하는 게 맞다"며 "미디어 산업 환경이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달라져서 지금은 그걸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지금은 종편에서 중계가 되고 있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가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만약 중계를 OTT로만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에 대해서는 "OTT는 법적으로 방송이 아니라 부가통신서비스"라며 "시청각서비스법이란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OTT를 방송에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있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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