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소주·맥주값 연속 하락세
불황에 저가형 포차도 '인기'
일반 식당도 발맞춰 술값 할인
불경기로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술집을 향하지 않자 식당들이 술값부터 내리는 '물가 역주행' 현상이 벌어졌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주(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 떨어져 지난해 9월(-0.6%)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맥주(외식) 물가 등락률도 -0.7%였다. 맥주(외식) 역시 지난해 12월(-0.5%)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셈이다.
소주(외식)와 맥주(외식) 품목은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을 반영한다. 소주(외식)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2005년 7월(-0.8%) 단 한 번뿐이었고, 맥주(외식) 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도 1999년 7~11월 이후 약 26년 만이다
이들의 '역주행'은 다른 품목과 비교했을 때 더욱 독특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46개월째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 품목을 보여주는 기타 음료(외식) 물가는 지난달 1.3% 올랐고, 소주·맥주와 같은 주류인 막걸리(외식) 물가도 2.5% 올랐다.
2023년 12월 주류 생산업체가 출고가를 낮추기는 했지만 당시 식당 소주·맥주 물가 흐름은 둔화하긴 했어도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술값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소주 반값, 맥주 무료 등을 걸고 장사하는 곳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불황으로 손님이 줄자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소주·맥주 가격을 깎게 됐다는 것이다. 메인 메뉴 가격은 식품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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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술집'으로 꼽히는 저가형 포차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맥주 한 잔에 1900원, 닭 날개 한 조각에 900원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인기를 끈 한 포차형 술집은 2023년 말 영업을 시작해 최근 180곳 넘게 지점이 생겼다. 소주·맥주 2000원을 내세운 한 고깃집 프랜차이즈도 최근 220곳 넘게 문을 열며 1년여 만에 지점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들이 인기를 끌자 주변 식당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 술값을 내리는 경우가 생겨 소주·맥주값 할인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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