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외국인 3조원 넘게 매도 속
2500억원 사들여 최다 순매수
고유가에 정제마진 상승기대감
배터리 부분 적자축소 전망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연이은 폭락 장에서도 SK이노베이션으로 향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유 사업부문의 업황 호조와 배터리 사업 부문의 적자 축소로 실적 상승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3.03% 오른 22만1000원에 거래됐다. 미국 주요 지수가 지난밤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인 탓에 장 초반 1%넘게 하락하기도 했지만 상승전환에 성공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증시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이어나갔다. 이달 들어 주가는 약 0.4% 내렸는데 이는 코스피 수익률(-8.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현 주가 수준을 뒷받침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약 3조3000억원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선 2472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종목 중 순매수 금액이 가장 크다. 기관들도 252억원 순매수하며 매수에 동참했다.
매수 근거는 정유부문에 대한 기대감이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기업의 수익성 지표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것을 말한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과거 평균 배럴당 6달러 부근을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선 20달러대를 맴돌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있지만 지난 4월부터 러시아 정유제품 수출 통제가 시작되자 정제마진이 3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설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유제품에 대한 수요 개선이 내년까지 예상되고 항공유 수요까지 고려할 경우 내년에도 실적 호조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가 상승을 억누르고 있는 배터리 부문의 적자 축소도 기대된다. 미국 상위 고객사인 포드와 전략적인 파트너쉽으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해 있는데, 국내 완성차 기업의 신규 수주 가능성도 높다. 흑자전환은 2023년 정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배터리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누적 매출액이 2조원으로 커지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는데, SK온(ON)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1분기 배터리 부문의 매출액은 9000억원으로 내년 2~3분기 중 누적 매출액은 2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하반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게 적자 폭을 축소해 배터리 부문에 대한 재평가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SK이노베이션이 영업이익으로 1조144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100%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대 1조6155억원의 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매출액은 18조5087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6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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